[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부과한 33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각 시정명령과 통지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쿠팡이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한국P&G,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SK매직, 레고코리아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원고는 8개 제조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높은 납품가격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01개 납품업체 중 8개 제조업체를 포함한 87개 업체의 경우 원고에 대한 납품가격이 다른 유통채널은 물론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보다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의 납품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과 판매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쿠팡에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쿠팡의 ▲판매가격 인상요구행위 ▲광고게재 요구행위 ▲판매장려금 수취행위에 대한 공정위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거래당사자 사이에는 거래조건에 관해 여러 가지 사항을 요청·교섭·협의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거래내용을 일부 제한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거래상대방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납품업자들에게 광고를 강매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납품업자들의 의사에 반해 광고를 하게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쿠팡이 연간거래 기본계약 없이 판매장려금 명목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규모유통업법상 판매장려금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이밖에 쿠팡이 납품업자들에게 50%를 초과하는 판매촉진비용을 전가한 행위에 대해서도 "원고가 스스로 법 위반을 인정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처분사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쿠팡 측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2017년 당시 소매시장 점유율 2%에 불과한 신생 유통업체가 업계 1위인 대기업 제조사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원이 공정위 결정을 바로 잡아준 것을 환영하며 이번 판단은 유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이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2020년 사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 등 직매입 거래를 맺은 납품업체에 경쟁 유통 채널에서의 판매가격을 인상하도록 요구하고 광고를 강매하는 등 경영권에 간섭한 것으로 봤다.
이에 불복한 쿠팡은 2022년 2월 공정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은 공정위 심결을 사실상 1심으로 보고 있으며 통상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2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2019년 6월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쿠팡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했으나 최근 쿠팡과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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