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ELS)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사들의 자율보상안 마련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위법사항과 무관하게 고위험 상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불완전판매 사례도 다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 압박에 금융권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홍콩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들이 먼저 자율보상안을 내놓는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2.05 pangbin@newspim.com |
홍콩ELS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들은 2021년 판매된 것들로(만기 3년) 당시 1만2000포인트에 달했던 H지수가 현재 520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손실률은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라면 손실액은 5조원을 넘어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감원은 가장 많은 홍콩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을 비롯해 12개 금융사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고시하지 않은, 이른바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판매 과정에서 위법이 있다면 상당한 보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재가입자에 대한 논란은 뜨거운 이슈다. 이미 ELS 상품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수 하락에 따른 원금손실 가능성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ELS의 재가입 비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투자자 중 ELS에 처음으로 투자한 비중은 8.6%에 불과하다.
이에 이 원장은 "재가입자라도 손실 가능성 고지가 제대로 됐는지 등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의 검토가 필요하다. 재가입이라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개별 사안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2021년 3월부터 시행중인 금소법에서는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금지·금융상품 광고 지침 준수 등 6개 원칙 중 하나라도 어기면 불완전판매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 원장의 발언은 고객이 손실가능성을 알고 있었더라도 금융사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더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돼도 이를 단순히 판매(영업)사원의 잘못만으로 치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예를 들면 이 상품은 과거 20년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일부 은행은 금융위기 사례를 빼고 10년 평균으로 안내했다. 이 경우 영업창구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설명을 해도 고객은 제대로 된 정보를 듣지 못한 게 된다. 금융사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사 결과를 떠나 금융사들이 자발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입장을 피력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조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다수 확인됐으며 원금 손실이 이렇게 클 수 있는 상품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도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고객들에게만 책임을 넘겼던 고위험군 상품 판매 행태를 바로 잡는 취지에서라도 자율보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금융사들과 논의한 내용도 아니고 자율보상안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발생손실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자는 의미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은 분명 있다. 금융사들을 압박하자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부터 홍콩ELS 주요 판매사인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 등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중인 금감원은 설 연휴 이후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조사 결과는 이르면 2월말, 늦어도 3월초에는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자율보상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관련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 원장은 "유의미한 위법 사항은 많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기에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만약 금융사들의 스스로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면 선제적인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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