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축구의 '최강 스쿼드'를 혹사시켜 '최약 스쿼드'로 변모시켰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란 한국민의 염원을 저버렸다. 유효슈팅 0개라는 졸전끝에 패하고도, 귀국해서도 뜻모를 미소를 지었다. "실패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한국 축구팬의 비난을 일축했다. 결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라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붉은악마 회원이자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이라고 자신을 밝힌 작성자는 9일 국회 홈페이지에 '역대급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뻥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악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분노했다.
8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기자회견하는 클린스만. [사진 = KFA] |
글쓴이는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공언하고 결과로 평가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한참 아래 수준의 국가들과 졸전을 거듭하며 탈락하리라곤 생각 못했다. 일부 언론 기사에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 위약금이 68억원이라는데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도 불안하다. 본선에 진출해도 무색무취 전술과 경기력 때문에 기대가 없다"고 주장했다.
"EPL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프랑스 슈퍼컵 결승전 최우수선수에 빛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등 말 그대로 유럽 명문 팀 선발 자원으로 구성된 황금세대를 다듬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게 감독의 몫이 아니냐"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 탓을 한다"고 적었다.
"경질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는 국민적 원성을 더욱 부채질했다. 태극전사는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고 미안함을 표했다. 토트넘으로 돌아간 날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다.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다. 팀을 잘 이끌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민재도 "긴 대회 기간 고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황희찬도 "제일 중요한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글을 남겼다.
7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을 지켜보는 클린스만. [사진 = KFA] |
역시 4강에서 탈락한 아미르 갈리노에이 이란 감독과도 대조를 이뤘다. 갈리노에이 감독은 "이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그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결승에 진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우리는 많은 기회를 놓쳤다.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이란축구협회도, 선수들도 아닌 바로 나다. 이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고 고개 숙였다.
외신의 눈길도 싸늘하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라고 꼬집었고 독일 '스포르트1'은 "클린스만의 한국은 약체를 상대로 아시안컵에서 탈락했다. 대참사다.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라고 일갈했다. ESPN 인도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체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손흥민이 몇 차례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가까이서 관찰했다고 해도 대표팀에서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선수를 제외하는 일은 없다"며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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