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거래소 제8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신임 이사장은 거래소 수장으로서 불법 공매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14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 이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오는 15일 부산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기는 2027년 2월14일까지 3년이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됐다. |
정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증권선물위원장,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결정돼 무난하게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현재 거래소의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어깨가 무겁다.
최우선 과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구체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하는 일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17일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몸값을 높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다음 달 중 진행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PBR, 자기자본이익비율(ROE) 등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거래소는 시가총액별·업종별 주요 투자지표 비교 공시 방법과 기업가치 제고노력 우수 기업 등을 포괄하는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를 개발중이다.
불법 공매도 근절도 중요한 과제다. 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지만 전산화 완료까지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존 공매도 제도 관련 기관과 개인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은 기술적 한계, 비용 부담 등이 걸림돌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부가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 결정을 내리며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도 직접 공매도 재개 관련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들이 요구되고 있다. 정 이사장이 업계 이해도가 높은 만큼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벌써부터 거래소의 현안 파악 등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선임 이전부터 업무파악 등 거래소의 현안을 챙기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정 이사장은 지난 2021년 금감원장 취임 직후 금감원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한 일례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임원진의 일괄 사표 제출은 신임 원장 취임기 금감원의 관례였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마무리 될 시점이라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편, 정 이사장은 과거 금감원장 취임사에서 '군자불기(君子不器)'를 언급했다. 그는 "논어에 따르면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달리 모든 분야의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음을 일컫는 '군자불기'라는 말이 있다"면서 "법과 원칙을 따르되 시장과 호흡하며 경직되지 않게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덕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이사장으로서는 어떤 취임 일성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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