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敵對)로 전환하겠다며 '삼천리금수강산'이나 '8000만 겨레' 표현까지 쓰지 못하도록 지시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큰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뉴스핌이 북한 관영 선전매체와 홈페이지 등을 분석한 결과 외무성 웹사이트에는 북한의 국가인 애국가의 가사에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란 대목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0기 9차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2.16 |
하지만 북한의 공식 체제선전 사이트인 '내나라'에는 이전 가사가 그대로 드러난 악보가 북한 애국가로 등재돼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국가로 '애국가'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가사와 곡으로 짜여져 있다.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전 통일연구원장)은 "갑작스런 대남 적대 지시에 북한 대남 및 선전담당 간부들이 상당한 혼돈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사분란한 북한 체제라 해도 단박에 김정은 지시를 이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외선전 월간 잡지인 '금수강산' 이달치도 예정대로 발간해 '조선의 발간물' 사이트에 올렸다.
여기에는 김정은이 대남 적대 입장을 밝힌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회의 시정연설 내용도 실렸다.
[서울=뉴스핌] 북한의 대외 선전 월간잡지 '금수강산' 2월호.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삼천리금수강산' 등의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예정대로 발간됐다. [사진=조선의 출판물] 2024.02.16 |
북한 당국이 아직 폐간이나 제호 변경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애국가'에서 5000년간 민족의 터전인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지우는 식으로 통일 관련 용어조차 없애려고 하는 반민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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