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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말에 '로맨스 스캠' 피해 급증..."구글링 확인·증거 보존 뒤 신고해야"

기사등록 : 2024-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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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피해액 17배 급증…가짜 신분으로 수억 편취
대부분 추적 힘든 해외 서버 이용…사전 예방 핵심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조직 내에서 전달책 역할을 맡은 A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한 달간 본인의 계좌로 받은 로맨스 스캠 피해금 5억5000만원 가량을 다른 조직원들 국내·외 계좌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조직은 유엔(UN) 소속 의사를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총 16명으로부터 6억6300만원을 뜯어냈다.

#.2 미국인인 척 피해자에게 접근해 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로맨스 스캠 일당 2명도 지난해 6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나이지리아 출신 불법체류자인 이들은 로맨스 스캠 활동과 피해 금액을 인출·관리하는 중간 관리책 역할을 맡았으며, 피해자들에게 '미국에서 입양된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급여를 받으러 이탈리아에 왔는데 강도를 만나 신용카드를 빼앗겼다"고 속여 총 1억원을 탈취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주로 온라인상에서 피해자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편취하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국가정보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원 111센터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55억1200만원으로 2020년(3억2000만원) 대비 17배 급증했다. 신고 건수도 지난해 126건으로 2020년(37건) 대비 3.4배 증가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가 교수가 '한국범죄학'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 가해자는 피해자에 따라 다양한 직업과 국적, 성별을 혼합해 사칭했다.

사칭 국적은 43%로 미국이 가장 많았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예멘, 프랑스도 자주 이용됐고, 사칭 직접으로는 군인(32%), 의사(15%), 승무원(2%) 회사원(2%) 등이 사용됐다.

가장 많이 동원된 시나리오는 '돈과 선물을 보내려고 하니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해달라'는 수법이 57%로 가장 많았다. 또 '본인이나 가족의 처지가 어렵다'고 호소하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19%, '짐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내달라'는 경우가 15%였다.

이들 대부분은 인적 사항을 도용하는 데다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두고 피해자에게 연락하기 때문에 추적이 힘들다는 점을 노렸다. 법조계는 로맨스 스캠 사기로 인한 피해 구제가 어려운 탓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임채원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로맨스 스캐머들은) 주로 외국 계정인 데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투자 사기랑 접목되는 방식도 늘고 있다. 투자 사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그쪽(투자)으로 잘 안다'고 현혹하고 다시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예방법에 대해 "무조건 낯선 URL 주소는 클릭하면 안 되고, 상대방이 보내주는 사진은 구글링해서 확인해야 한다"며 "똑같은 사진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사기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피해자들이 (사기에 쓰인) 사진이나 수법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봉기 변호사(법무법인 새로)는 "피해 회복이 어렵더라도 사기죄가 성립될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우선 고소장을 통해 수사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낯선 사람에게서 텔레그램 얘기가 나오는 순간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된다. 상대방이 대화 기록을 일방적으로 지우는 것이 가능한 어플이기 때문"이라며 "카톡이나 SNS 메시지는 잘 캡처하고, 부끄러운 지점이 있더라도 최대한 증거기록을 지우지 않고 핸드폰을 그대로 수사기관에 가져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벌가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30억원 상당 편취 혐의를 받는 전청조 씨가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선고 후 곧바로 항소했다. 전씨로부터 이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 규모는 2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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