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여행선임기자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1885년에 저술한 단편소설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생과 종교, 죽음의 문제 등에 평생을 천착한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사랑을 꼽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구둣방 직원으로 변신한 대천사 미카엘이 ▲'사람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다'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세 가지 깨달음을 통해 하느님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은 음식 없이는 40일, 물 없이는 4일, 공기 없이는 40초밖에 살지 못하지만, 희망 없이는 단 4초도 살 수 없다고 한다. 힘든 세월을 견디게 해주는 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 해가 뜰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희망이다. 여기서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원천이 곧 사랑이다.
사랑을 유지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물리학에선 어떤 물체의 원운동, 즉 일정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힘을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설명한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하는 사랑을 동사로 치환하면 구심력과 원심력이 일정한 평형과 긴장을 유지해야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행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무슨 사설(私說)이 이렇게 기냐는 아우성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여행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독도에서 바라본 동해. 2024.2.20 [사진=이영태 여행선임기자] |
사랑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물질적·추상적 공간은 가족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1인가구가 대세라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인간은 가족이란 울타리에 뿌리를 두고 살아간다.
가족이 구성원들을 집결시키는 구심력을 상징한다고 가정해보자. 구심력이 클수록 사랑의 크기가 커진다고 가정한다면 그에 맞춰 원심력도 커진다는 비례관계가 성립된다.
요컨대 구심력이 커질수록 비례해서 커지는 원심력의 핵심이 여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족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직장이나 학교, 친교 등의 사회활동도 어느 정도 원심력의 기능을 수행한다.
반복적인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나 혼자 낯선 환경과 사람을 만나고 천천히 걸으며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고민하다보면 절로 집에 두고온 가족 생각이 난다.
떠나고자 하는 욕구가 원심력이라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구심력이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사랑을, 가치를 더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다.
오죽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시인 중 한 사람인 천상병이 '귀천(歸天)'(1970년 6월 창작과비평에 발표)이란 시에서 이승의 삶 전체를 소풍에 비유했을까?
"나는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자유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내일 떠날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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