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시점이 1년 앞당겨졌다는 국책연구기관(KDI)의 진단이 나왔다.
이에 KDI는 올해부터 국민연금 제도를 중단하고 연금방식을 완전적립식으로 전환하는 '신연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급여산정방식을 현행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5%로 6.5%포인트(p)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KDI는 21일 발간한 'KDI FOCUS'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KDI에 따르면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적립기금은 지난해 1015조원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54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고).
KDI 국민연금 개혁방안 [자료=KDI] 2024.02.21 plum@newspim.com |
이는 보건복지부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전망한 국민연금 고갈 시점(2055년)보다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전망됨에 따라 현행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KDI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등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KDI는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33%(이탈리아)를 능가하는 35% 내외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만약 월 500만원 받는 직장인이라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 이후에는 175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KDI 국민연금 개혁방안 [자료=KDI] 2024.02.21 plum@newspim.com |
KDI는 국민연금 제도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것에 기인한다고 봤다.
다시 말해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의 기대운용수익의 합에 비해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에 KDI는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하에서도 미래세대에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기 위한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신연금의 주요 방안은 ▲특정 시점에서 구연금제도 정지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현재 기준 609조원 내외)은 일반재정이 보증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제도 도입 ▲신연금 제도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설계하여 재정안정성 담보 ▲신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 연령(코호트) 내에서 소득이전이 가능한 CCDC형 도입 등이다(그래프 참고).
KDI 국민연금 개혁방안 [자료=KDI] 2024.02.21 plum@newspim.com |
KDI는 먼저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이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 이전 시점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하되 구연금에 대해서는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연금의 재정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은 일반재정으로 충당한다. KDI가 추산한 올해 기준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은 609조원(GDP의 26.9%) 이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신연금 도입을 위해서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을 이른 시점에 빠른 속도로 일반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만약 연금개혁이 5년 더 늦춰질 경우 재정부족분은 260조원 더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또 국민연금의 급여 산정 방식을 가입이력 등 근로이력에 의해 실질 급여가 미리 결정되는 현행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DB) 제도를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와 운용수익, 기대여명 등에 의해 실질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DC)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DC형에서도 은퇴 시점에 개별적인 연금 급여 흐름을 확정하면 여전히 예상치 못한 기금수익률 하락, 물가상승률 상승, 사망률 하락 등에 의해 연금재정의 지속성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KDI는 "은퇴 이후에 주기적으로 적립액을 확인하고 연금 급여 흐름을 재계산하면 된다"며 "또 실제 기금수익률과의 차이만큼을 신연금 내 완충계좌(buffer account)에 적립해 충격에 미리 대비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KDI 국민연금 개혁방안 [자료=KDI] 2024.02.21 plum@newspim.com |
신연금이 DC형으로 전환될 경우 소득재분배 기능이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CCDC(Cohort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형 연금제도 도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CDC형 제도에서는 각 연령군의 구성원이 납부한 보험료가 연령군의 통합계좌에 적립 및 투자된다. 사망자의 가상계좌 적립액이 동일 연령군 생존자의 계좌로 이전된다는 것이 개인계좌제와 다르다.
KDI는 "이와 같은 방법을 실시하면 연령군의 사회적 연대에 의해 기대여명 평균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기대여명 평균보다 늦게 사망하는 사람에게 소득 이전을 할 수 있게 돼 생존자의 평균 연금 급여를 개인계좌제보다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KDI는 신연금의 재정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15.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보험료율(9%)에서 15.5%로의 6.5%포인트 인상을 일시에 실시하는 것은 가입자와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KDI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 15.5%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0.5%포인트씩 13년 동안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DI는 "단계적으로 인상된 보험료율과 관련해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개인과 기업이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단계적 인상으로 인한 재정부족분을 정부가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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