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A인터넷은행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진행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최초 진행하던 3.6%대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이 며칠 사이에 거의 4%에 근접하게 대출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계산해보니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예상 금액도 1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락가락'하면서 대출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해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0%포인트(p) 인상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연 4.21~5.82%로 0.2%p 올랐다. 지난 15일 변동금리 산정의 준거가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두 달째 하락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
국민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75~5.15%로 지난주(연 3.64~5.04%)보다 상단과 하단이 0.11%p씩 올랐다. 고정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AAA) 5년물 금리가 지난주보다 낮아졌지만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사진은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2022.03.25 pangbin@newspim.com |
주담대 대출금리 뿐 아니라 이모 씨 경우처럼 주담대 갈아타기 금리 역시 며칠 새 0.3~0.4%p 오르면서 갈아타기 수요자들을 당혹케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가 정반대로 상승한 건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달 주담대, 전세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에 맞춰 고객 탈환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지난달 9일 국민은행이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되자마자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0.5%p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흐름은 금리 인하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가계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사는 따로 관리할 것"이라며 자체 관리방안을 적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은행에 "목표치 내에서 대출 증가율을 관리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주요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일부 은행의 증가율이 올해 들어 한 달 만에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은행 간 경쟁 촉진과 가계대출 관리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다가 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 흐름과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서 대출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출시에 맞춰 금융당국이 금리인하 경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가계대출 우려가 커지자 관리에 나서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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