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위탁받은 문서파쇄 업무 중 손가락이 절단된 지입차주에 대해 위탁사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근로자 윤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상고심을 열어 윤씨 패소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윤씨는 2012년 6월 적재량 8톤의 화물차량을 지입하는 화물자동차 위수탁관리운영계약을 A사와 체결했다. 그는 A사가 B사로부터 위탁 받은 문서파쇄 및 운송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윤씨는 2017년 7월 27일 서울 강남에서 문서파쇄 업무를 하다가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게 됐다. 이에 윤씨는 B사 소속 근로자로서 업무 중 사고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2월 9일 윤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B사에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서울행정법원은 윤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도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윤씨가 일정한 자본을 투자해 차량을 인수한 지입차주로서 위탁계약과 지입계약을 매개로 B사의 문서파쇄 및 운송업무를 수행하며 용역비를 받았을 뿐, B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은 다르게 판단했다.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은 "B사는 직영기사와 동일하게 지입차주인 원고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와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서파쇄 업무는 B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가 B사의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5년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윤씨가 지입차주로서 해당 사건의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일부 부담했다고 하더라도, B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문서파쇄 업무에 필수적 설비인 파쇄장비는 B사 소유였고, 파쇄장비를 파쇄현장으로 이동시키는 차량만 원고 소유였던 점, 원고는 B사가 배정한 업무만을 수행하고 B사로부터 매월 고정된 대가를 직접 지급받았다"며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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