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방보경 기자 = 의료 일선의 최후 보루인 공공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선 가운데 환자들이 공공병원으로 몰리고 있지만 의료 인력 부족으로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2024.02.27 aaa22@newspim.com |
27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전공의 다수가 근무하는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병상 가동률이 약 10%(지난주 금요일 기준) 감소했다. 하지만 응급실 이용 건수는 점차 늘어나면서 최중증 환자 진료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공의 파업이 공공병원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병원 전공의 총 240여 명 중 70%인 16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 공공병원 전공의 대부분인 221명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은 과반 이상이 사직 상태다.
최전선에서 2차병원과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공공병원도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보라매병원은 진료불가능 메시지 12건을 띄우기도 했다. 중증화상, 수족지접합, 산부인과, 뇌출혈수술, 대동맥응급, 담낭담관질환, 복부응급수술 등 과에서 인력이 부족해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투입할 수 있는 의료진 전부가 근무하고 있다"며 "세부 사항 공개는 내부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24시간 내내 응급실을 운영하는 동부병원 역시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응급실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동남병원은 중증응급질환에 대해서 일절 진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환자 이송 지연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5일 경남 창원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1세 남아는 3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진주경상대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례로 인한 구급대 이송 지연 건수는 지난 26일까지 대전에서 23건, 부산에서 42건으로 집계됐다.
◆공공병원, 절대 수·필수 인력 부족…"공공의료 인프라에 투자 필요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병원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5%에 불과하고 병상수 기준으론 약 10%에 그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가까운 일본도 공공병원 비율이 약 27%로 공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며 "지역거점 공공클리닉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공공 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 인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에서 일어나는 '응급실 뺑뺑이'는 병상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며 "응급실에 필수 인력이 없어 (환자를) 병상에 눕혀도 진료를 못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대생 수 3000명 증원에서 나아가 공공의대를 신설하거나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필수 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국장은 "해외에선 의사가 늘어나면 '일을 분담할 동료가 늘어난다'고 보고 환영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쟁자가 늘어난다'고 보아 반발이 심한 것"이라며 "국내는 95%가 민간병원으로 공공병상 비율을 30%로 올리는 등 공공의료기관을 늘려 이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중증환자 진료 등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15곳 기준 50%가량 감소했다"면서도 "이들은 모두 중증등 또는 경증 환자로 파악돼 현재 중증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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