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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된 알리]② 10년 만에 이마트 잡은 쿠팡, 알리는?

기사등록 : 2024-03-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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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클릭 한 번에 환불 완료
"쓸만하다" 소비자 신뢰 쌓아
쿠팡 전략과 유사..국내기업 대응책 분주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직구 기업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낮은 가격·빠른 배송을 무기로 쿠팡과 이마트의 지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메기'가 된 알리로 판매자들 이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서 대응방안을 찾아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 알리 대박인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7000원짜리 팔찌를 주문한 박모씨(36. 여). 받아 본 상품이 연결고리 불량으로 사진을 찍고 환불을 요청했다. 알리 앱에서 환불요청 클릭과 동시에 통장으로 7000원이 입급됐다. 불량 상품을 돌려 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불량 상품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즉시 환불해 고객들이 마음 놓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알리의 정책이다. 박씨는 "알리 진짜 대단하네"라며 알리를 계속 사용할 마음이 있다고 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환불·반품 과정 삭제..."와 편하네"

알리와 중국 직구 시장의 성장은 국내 유통기업과 판매자들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통 '왕좌' 자리를 거머진 쿠팡과 오프라인 '유통 공룡' 이마트 같은 국내 기업들은 알리와 테무 보다 얼마나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알리의 침투 전략은 쿠팡의 10년 전 행보와 매우 유사하다. 우선 악명 높았던 배송기간부터 손봤다. 쿠팡이나 컬리가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빠른 배송이다. 알리는 한국전용 물류 노선을 개설하고 배송기간을 평균 3~5일로 줄였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창고에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상품들을 입고해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배송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사실 국내에서 파는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다. 열풍이 불었던 직장인들의 스마트스토어처럼 오픈마켓 상품은 사실상 거의 중국에서 물건이 들어온다. 7000원짜리 팔찌를 우리나라 오픈마켓에서 구매했다면 판매자의 중간마진을 고려해 7000원이 넘는 가격에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까다롭던 반품이나 환불처리도 삭제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알리 직구는 심리적 장벽을 낮춰 유통업계를 뒤흔든 거대 '메기'로 자리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성장 배경에 전향적인 환불·반품 정책이 있었던 것처럼 알리가 바로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알리 "하루 배송" 시작하면 국내 기업 경쟁력 있나

알리를 비롯한 테무 등 중국 앱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갱신했다. 전년 동월 사용자 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증가한 수치다. 지난 2월 테무 앱과 쉬인 앱도 각각 사용자 581만명, 68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갱신했다. 쿠팡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알리가 2위로 추격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알리는 올해 안으로 물류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경기 불황으로 수도권에 빈 물류센터를 찾기 쉬워 수 개월 내 물류센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국내에 알리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배송기간은 1일까지로 줄어들 수 있다. 신선식품 배송까지 가동한 상황에서 쿠팡, 컬리와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알리 국내 물류 담당은 CJ대한통운이 맡고 있어 두 회사의 협력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열려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핌DB]

◆지속적은 투자·유통 트렌드 따라 잡아야

쿠팡이 지난해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이마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넘어선 이유는 적자를 감안하면서 물류센터에 6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로켓배송 가능지역을 전국 시·군·구 가운데 182개(70%)까지 늘린 데 따른 영향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이고, 연면적은 2022년 기준 축구장 500개 규모인 370만㎡(112만평)에 이른다. 거꾸로 이마트가 시시각각 변하는 유통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알리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G마켓은 2019년부터 동결 중인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를 당분간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또 오는 5월부터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 광고비를 지원하는 등 입점 혜택도 강화한다. 롯데온은 지난 4일부로 카메라, 게임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가전 일부 카테고리의 판매 수수료를 9%에서 5%로 일괄 인하하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도 국경을 넘은 글로벌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알리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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