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보험금을 직접 지급하지 않은 중복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보험회사인 A사가 배모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A사와 소외 회사인 B사는 모두 보험회사로 배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의 중복보험자다. 배씨는 2017년 6월 군 복무 시절 교통사고로 경추 탈구 등 상해를 입었고, 같은 해 7월 B사에 보험사고를 접수했다.
B사는 자사 부담부분 4000만원과 A사의 부담부분 4000만원 등 총 8000만원을 배씨에게 지급했고, B사는 A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후 배씨가 재해부상군경으로 보훈보상대상자지원에관한법률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보험금 지급사유가 없었음이 밝혀지자, A사는 배씨를 상대로 자사가 지급한 보험금 4000만원에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배씨는 B사와의 보험계약에 따라 B사로부터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험자들 간의 상호협정 시행규약으로 정한 내용은 채권적 효력에 불과해 보험계약자 등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2심은 보험사 측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여러 보험계약이 중복보험에 해당하는 경우 업무의 편의를 위해 한 보험자가 주관 보험자로서 우선 피보험자 등에게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고, 다른 보험자로부터 분담금을 환입받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보험회사 사이의 관례이고 시행규약 또한 그런 맥락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관 보험자가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어서 피고에게 지급한 보험금 부분은 타인 채무의 변제로 볼 수 있다"며 "주관 보험자의 변제로 인해 배씨에 대한 보험금 채무 중 A사의 부담 부분의 채무가 소멸하고, 주관 보험자는 A사에게 원고 부담 부분에 대해 구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A사의 부담 부분은 원고의 보험계약에 기해 발생돼 A사와 주관 보험자인 B사 간의 시행규약에 따라 B사가 배씨에게 지급한 후 A사로부터 이를 환입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채무가 소멸되는 경우 보험금 상당을 부당이득으로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자는 직접 법률관계를 맺고 손해를 부담한 A사"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고 배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사가 배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A사의 부담부분을 대신해 지급한다고 표시했거나 배씨가 그렇게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배씨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후 A사에 보험사고 접수를 했는데, 이는 배씨가 A사의 보험금을 대신 지급받았다고는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중복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각자의 부담부분 내에서 분할채무만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다"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약관 해석의 원칙 등에 비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당사자 및 내용,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경위와 그 전후 사정, 이 사건 상호협정 및 시행규약의 법률관계, 이에 따른 보험금의 출연 및 구상관계, 이러한 사정으로부터 추단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인식 등을 종합해 보면 B사가 변제 주체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소외 회사인 B사가 A사를 대신해 4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므로 A사가 보험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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