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국내 신선식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본업 경쟁력'을 내세운 대형마트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고물가 속에 실적 부진을 겪은 대형마트로서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상품 전문 코너 'K베뉴'를 만들었는데, 최근 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 업체가 줄줄이 입점해 본격적으로 신선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과일부터 채소, 고구마, 한우, 꽂게 등 다양한 식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예상 배송 일자도 3일 이내로 짧다. 현재 알리는 일부 제품에 파격적인 '웰컴 혜택'도 적용하고 있다.
알리는 현재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 채용 공고를 내거나 연내 국내 물류센터 건립과 B2B(기업 간 거래) 전용 몰인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 '본업 경쟁력' 내세운 대형마트 위기…조직 개편 등 총력 방어
알리의 몸집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넘어 대형마트까지 긴장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대형마트의 '본업'인 만큼 초저가를 내세운 알리의 공세를 받으면 타격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최근 일제히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실적 발표 직후 '가격 역주행' 초특가 상품 판매 프로모션을 내놨고, 홈플러스 또한 '홈플런' 행사를 통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통합 소싱을 위한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서다. 진즉부터 통합 소싱을 진행해왔던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최근에는 고도화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측은 "구매 단계의 통합뿐 아니라 '상품 판매 단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며 "시즌별 주요 신선식품을 기획할 때 고객 소비 패턴을 고려한 최적의 단량으로 동일하게 설정해 전국 각 점포에 도달하는 상품 단위를 일원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알리가 신선식품을 판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아무래도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고객 기회를 잃어버리는 건 맞다"고 말했다.
◆ 알리 침공 앞두고 유통법은 자동 폐기 수순…회기 넘어가
이 가운데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를 넘기지 못했다. 이에 자동 폐기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으며, 새벽 배송도 불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을 논의했지만, 야당 측은 규제 완화가 결국 중소 골목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관련 개정안은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에 공격적으로 침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대형마트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 좀 안일한 대처로 보인다"며 "유통법 자체가 중소 골목상권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정부에서 국내 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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