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노후 공장 및 설비 매각 등을 통해 한계사업 정리에 본격 나섰다. 중국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공장을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표적 석유화학업체들은 이같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 LG화학 "배터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3대 신성장 사업 육성"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을 추진중인데 이어 스티렌모노머(SM) 생산 공장의 가동중단을 검토중이다. 가동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 취임 이후 친환경소재,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신성장 축으로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 운영 효율화와 사업 구조 재편을 병행하면서다. LG화학은 지난해 IT 소재 사업부의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
LG화학은 배터리 소재를 포함해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서 2030년 총 4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기업에서 글로벌 톱 과학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유례없는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운영하면서도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지속가능 전략에 기반한 신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해왔다"며 "LG화학의 중심축이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이동하는 근본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케미칼, 2030년까지 스페셜티 비중 60% 목표
롯데케미칼도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 매각 검토에 착수하는 등 한계사업 정리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구조 재편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고부가 스페셜티, 그린소재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이고 배터리소재, 수소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스페셜티소재 매출 비중 60%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신사업인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 사업 강화로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공정용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등 활용범위가 넓다.
전문가들은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석유화학 업황도 살아날 때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종 특성상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는 향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 석유화학 설비는 1960년대 한계설비로 굉장히 오래됐는데, 그것을 완전히 문을 안닫고 있는 이유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안좋다고 하는데도 중국이 계속 공장 증설을 발표하는 이유가 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석유화학제품의 완벽한 대체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요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