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공사비 마찰을 빚는 사업장이 늘면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가 급증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미청구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발주처가 부도 및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비 회수가 불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잠재적인 부실 우려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부동산경기 악화에 공사비 회수 난항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현장 미청구공사가 대폭 증가하면서 건설업계의 부실채권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3년 말 기준 미청구공사가 1조844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503억원) 대비 60.3% 늘었다. 빌딩부문이 7449억원에서 1조 334억원으로 증가했고 토목부문은 1810억원에서 1584억원, 플랜트부문은 1932억원에서 6387억원으로 늘었다.
부동산경기가 급랭하면서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이 회사는 주택보다는 빌딩, 플랜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미청구공사가 주로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UAE 원전' 3105억원, '카타르 LNG 수출기지' 815억원, '말레이시아 KL118 Tower' 319억원 등이 주요 미청구공사 사업장이다. 국내에서는 '평택 FAB 3기 신축공사'가 2477억원으로 가장 높다.
현대건설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가 3조6747억원으로 전년동기(2조4031억원) 대비 52.9% 증가했다. 2020년 1조6527억원까지 하락했던 미청구공사가 3년새 122.3% 증가한 것이다. 매출채권도 1조4736억원으로 전년동기(8470억원) 대비 73.9% 증가했다.
DL이앤씨는 미청구공사가 8254억원에서 7.9% 증가한 8909억원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전체의 0.2%인 17억원 수준으로 회수 불가한 사업장이 늘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기간 매출채권은 6210억원에서 8815억원으로 증가했다.
건설 공사가 단기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미청구공사를 보유하는 것은 일정부분 불가피하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대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공정률에 발주처와 시공사간 이견이 생기면 공사비 지금이 지연된다. 주택경기 악화로 발주처가 자금난, 부도 위기에 빠지면 공사비 회수가 더 어렵다. 책임준공 등의 약정을 맺고 뛰어든 사업장의 경우는 시공사가 자체사업으로 떠안게 된다.
◆ 미분양 증가에 채권 증가 불가피...유동성에 부담
건설업계의 미청구공사, 매출채권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 부진에 전국 미분양 주택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전달 6만2489가구보다 2.0%(1266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9개월 연속 감소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도권은 1만 160가구로 전달 1만 31가구보다 1.3% 늘었다. 지방은 5만3595가구로 전달 5만2458가구와 비교해 2.2% 증가했다. 주택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대대적으로 미뤘다는 점에서 미분양에 대한 공포 지수는 더 높은 실정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발주처와 공사비 마찰 빚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은 강북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의 재개발 현장에서 18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받지 못하자 지난 1월 1일 작업을 중단했다. 대보건설은 세종 공동캠퍼스 공사에서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보건설은 300억원대 손실을 주장하며 공사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부 한 임원은 "미분양 주택이 증가 추세에 들어간 데다 공사비를 놓고 마찰을 빚는 사업장이 늘면서 미청구공사,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우발적 손실로 돌변할 수 있어 사업장별로 변동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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