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070 안 받자 010으로 바꿔서" 보이스피싱 합수단, 번호 조작 일당 적발

기사등록 : 2024-03-20 17:49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해외 번호 국내 번호로 둔갑 위해 국내 조직원 모집
철저한 분업 체계로 조직원도 서로 정체 모를 정도
조선족 총책 GOLD, 아직 잡히지 않아…추적 중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해외 발신 번호(070)에 대한 보이스피싱 경각심이 커지자 국내 번호(010)로 조작해 중국 보이스피싱콜센터에 판매한 다국적 보이스피싱 중계기 운영 조직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김수민 단장)은 중국, 태국, 남아공, 아이티 등 4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발신 번호 변작 운영조직원 21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제공=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중국 연길을 거점으로 조선족 총책(일명 GOLD)이 수뇌부 조직원과 결성한 해당 중계기 운영 범죄집단은 최근 해외 발신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의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거세졌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 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사기를 돕고 대가를 받았다. 이들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170명으로 피해 규모는 54억원 상당이다.

이들 조직은 해외에서 발신한 번호를 국내 번호(010)로 바꾸는 중계기를 국내에 설치하거나 해외 태블릿과 국내에 있는 휴대전화를 연동시켜 전화를 받는 기능(CMC 기능)을 이용해 사기에 사용된 번호를 국내 번호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이 번호를 둔갑시키기 위해서는 최종 단말기는 한국에 있어야 했다. 따라서 총책 GOLD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국내 조직원을 모집했다.

해당 조직은 철저히 분업화된 점조직으로 운영됐다. 모집된 국내 조직원들은 ▲수당지급책 ▲부품보관소 관리책 ▲유심보관소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부품배달책 등으로 구성됐다. 중계기 부품 관리에 있어서도 '부품관리 – 부품배달 – 부품 조립‧중계소 운영' 등으로 전문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들은 조직원 수당 지급도 환전책이 자금 관리책에게서 중국 계좌‧위쳇페이로 위안화를 송금받아 같은 금액의 원화를 수당 지급책에게 전달해 매주 1회씩 전달하는 등 체계화시켰다. 또한 조직원 숙소를 분리시키고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범행을 지시했다. 조직 운영의 치밀함으로 조직원들조차 서로를 모르는 수준이었다.

합수단은 조직원 조사, 텔레그램 대화내역 및 휴대폰 포렌식 분석, 잠복수사, 국정원과 협력 등을 통해 국내 조직원 수사 및 검거에 나섰다.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수당 지급도 '던지기(우편함, 분전함 등에 물건을 놓아두고 수취자로 하여금 찾아가게 하는 전달방식)' 수법을 사용했다. 초기 조선족 위주던 조직원 역시 모집이 어려워지자 고액의 수당과 숙식 제공을 제시하며 국내에서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태국인, 남아공인 등을 모집했다.

조직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또는 난민으로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합수단은 조직원들이 거주하던 원룸촌 CCTV 영상 및 압수한 원룸 임대차계약서 분석, 외국인 출입국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합수단은 이들 범행에 사용된 계좌 거래내역, 텔레그램 대화 및 포털사이트 접속내역 등을 분석해 중계소 11개소 및 부품보관소 4개소 등을 특정하고 작동 중이던 중계기 642대(784회선)를 포함한 중계기 1694대, 대포유심 3420개, 공유심 4663개, 휴대폰 443대, PC 121대, 공유기 193대 등을 압수했다.

다만 이들 국내 조직원을 모집한 총책 및 간부급 조직원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황이다.

합수단은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해외 거점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국내 중계기, 대포 유심 및 대포통장 운영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dosong@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