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속 교수 33명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전의교협이 법원에 정부 배정위원회의 회의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석명(釋明)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전의교협측 소송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수험생·의대생·전공의 등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금일 오후 석명요청서를 (진행 중인) 4개의 소송에 모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정원 2000명 배정을 결정한) 배정위원회 졸석 배정에 관한 회의록 제출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지만, 아마 내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에 추가 법적 조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발언하는 이병철 변호사 |
석명이란 어떤 내용과 사실을 설명을 통해 밝힌다는 뜻으로써 재판장이나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석명을 요구할 수 있다. 전의교협은 행정법원에 의대 입학정원 증원 취소 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을 내며 정부 측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가 밝힌 석명요청 내용은 지난 15일부터 본격 가동된 것으로 전해진 배정위원회의 위원 명단, 회의록, 위원회에 보고된 보고자료 일체다.
앞서 지난 18일 전의교협측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서 최소 5개 대학(한양대, 충남대, 조선대, 대구 가톨릭대, 경희대 의대)의 현장 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1차 석명요청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현장 검증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 측은 현재까지 요청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요청하는 것은 2차다.
전의교협측은 배정위원회가 출범 5일만인 지난 20일 의대정원 2000명의 배정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기습적 발표"라며 "현재 행정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4개의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신청 사건에서 '소 각하 결정'을 받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대입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각 대학들이 시행계획 및 입시요강을 발표해 버리면, 법원은 입시생들의 기대이익을 존중해 소 각하를 할 것을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의교협은 정부 측의 의과대학 증원 결정을 두고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비과학적, 주술적 근거로 2000명을 '결단'한 점 ▲절반 이상의 의과대학에 현장실사도 하지 않았거나 깡통실사를 한 사실이 폭로된 점 ▲배정위원회 구성, 명단도 비공개하면서 5일만에 졸속 결정, 정치적 흥정 결정을 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 의심이 갖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종국 충북대 의대 교수는 "(충북대는)지난 10년 동안 지역 의료공백 해소 등을 위해서 49명의 정원을 70~80명 수준으로 증원해달라고 정부 부처에 건의했으나, 이번에 늘어난 정원 200명은 받아들이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0명을 수용할 강의실도 없으며, 학생들이 학습하고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역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지역 필수 의료가 보장되는 것은 착각"이라며 "수도권에 앞으로 6000병상 이상의 대학병원들이 들어선다. 지방 의대를 나와도 인재들은 그곳으로 몰려간다. 현행 수가 체제에서 환자가 없는데 지방 의료기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