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대화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타인 간의 대화 청취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청취'란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대화의 내용을 엿듣는 행위로, 이미 대화가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최씨는 2020년 2월 배우자인 피해자 A씨의 거주지에서 녹음기능이 있는 홈캠을 설치하고, 같은해 5월 1일 A씨와 그의 가족들의 대화를 녹음해 A씨의 여동생에게 메신저로 녹음 파일을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홈캠은 A씨의 동의를 받아 설치했으며, 이는 별도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녹음이 실행됐다.
1심은 "피고인이 녹음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최씨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청취하고 누설한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기 설치 당시 구체적으로 녹음 대상이 되는 대화의 주체나 상황 등이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해 타인간의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A씨의 휴대전화에 몰래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최씨가 대화를 녹음하고 청취, 누설한 부분에 대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한 '타인 간 대화 청취 행위'는 타인 간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동시에 이를 청취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며 "과거 완료된 대화 내용의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전기통신의 감청'은 전기통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내용을 알거나 녹음하는 경우와 통신의 송·수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관해 남아있는 기록이나 내용을 열어보는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위치추적 어플 설치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피해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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