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과 상황실 보조원도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 대상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다만 직접고용 되지 않은 기간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이 도로공사에 있다는 것을 근로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일 A씨 등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596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고속국도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를 수행하던 A씨 등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이 간주됐거나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며 2014년 11월 도로공사를 상대로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지급해야 할 기준임금과 복리후생비 또는 그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총 313억원을 인정했으나 2심은 외주사업체가 지급한 법정수당을 공제한 뒤 215억원만 인정했다.
대법원도 도로공사가 A씨 등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고 '현장직 직원 관리 예규'를 적용해 임금 등을 산정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소송에서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해야 하는데 동종·유사 업무 수행 근로자가 없는 경우 이들에게 적용할 근로조건이 쟁점이 됐다. 1·2심은 도로공사 예규에 따라 수납원들에 대해 조무원(경비원, 청소원, 식당조리원 등)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 과정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가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다만 "피고가 현실적으로 직접고용하지 않은 기간 동안 근로제공 사실이 불분명하거나 사직 등으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 사실이나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원고들이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사항 등이 증명되지 않은 기간에 대해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인지 여부는 근로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구체적인 사유와 경위, 그 사유에 관한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의 태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납원들이 증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 청구를 인용한 부분은 잘못돼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이날 B씨 등 근로자 36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B씨 등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도로공사와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용역업체에 소속돼 도로공사 상황실 보조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들은 2016년 11월 도로공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거나 도로공사에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음을 전제로 임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상황실 보조원들도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대상이라고 판단, 현장직 조무원 근로조건을 적용해 이들에게 임금 약 47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야간·연장·휴일근로의 비중이 큰 상황실 보조원들은 조무원들과 업무 내용, 근로의 가치, 근무형태, 임금구조 등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에게 조무원 근로조건을 적용해 임금을 산정한 원심은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시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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