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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결국 사직 강행…환자들 "생명 담보로 어떡해"

기사등록 : 2024-03-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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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사직 대학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져
진료 일정 조율은 교수 개인 판단에 맡겨
환자들 "생명 담보 파업 개탄스러워"

[서울=뉴스핌] 노연경 방보경 송현도 신수용 기자 =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와 함께 정부가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의과대학 교수들이 예정대로 집단사직에 돌입했다.

교수들은 의대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변화 없인 사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교수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전공의 집단사직 때와는 다른 차원의 의료공백이 일어날 수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의대 교수 집단 사직 결국 현실로

25일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각각 성명서와 입장문을 통해 이날부터 집단사직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사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되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의대 교수의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전의비에 속한 대학은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로 총 19곳이다. 전의교협에는 40개 의대 중 1곳을 제외한 39곳이 속해있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은 이날 아침 총회를 열고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울산의대 수련병원 교수 433명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울산의대에는 수련병원 3곳(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에 총 767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이날 교수들의 사직 행렬은 계속될 예정이다.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총회가 예정돼 있다. 고려대처럼 총회 후 사직서를 집단으로 제출할 여지가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단체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다.

삼성서울병원을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집단 제출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에서 교수 3분의 2 이상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 의료현장 이탈은 교수 '개개인 선택'

다만 교수들이 언제 진료현장을 떠날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어 미지수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교수들이 사직하면) 예정된 환자 일정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그건 교수 개개인의 판단"이라고 답했다. 

전의비도 성명서를 통해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히 어느정도 규모로 수술이나 진료를 줄일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전의교협은 우선 교수들이 이번주부터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서 진료시간을 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진료 축소에 들어간다.

전의교협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을 만나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여기서 나온 중재안을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유예와 대화 협의체 구성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 단체들은 가장 중요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선 논의하지 못했다며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에 들어간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사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되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의대 교수의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아직 큰 변화 없지만…불안한 환자들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됐지만, 당장 의료현장의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선 일부 교수들의 외래진료가 '진료 준비' 상태로 표시되고 있었지만, 병원 측은 오전과 오후로 진료 시간이 달라서 '준비 중'이라고 뜨는 것이라며 진료가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에서 만난 환자 A씨는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밀리고 있다"며 "교수 사직 영향은 아닌 것 같고 전공의 파업 이후로 계속 이렇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진료 축소가 결정될 수 있는 만큼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폐부종 환자 박모(74)씨는 "급성 폐렴이 와서 다른 병원에서 전원 신청하기 위해 응급실을 찾았다"며 "처치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모르겠다. 큰일이다"고 탄식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보호자 김은영(60)씨는 "가족이 안면근육에 문제가 생겨 뇌수술을 받는 중이다. 3월에 무기한 연기됐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다행히 오늘 수술을 받았다"며 "아무리 그래도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는데, 이런 파업을 해선 안된다.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문을 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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