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의 일환으로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번거로운 행정절차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개선 방안으로 '참여기관 대상 기념품과 리플릿을 배포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약속했으나, 행정절차 간소화 등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제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17개 필수의료과 지원 방안 중 의료계가 가장 먼저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 과제다.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자료 제출 등으로 인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 참여 의료기관, 작년보다 오히려 105곳 감소…환자 동의서 징구‧자료 제출 걸림돌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은 1차 의료기관(의원급 병원)이 36개월 미만 영유아에 대해 심층 진료를 할 경우 정부가 약 5만원의 수가를 산정하고 병원에 지급하는 제도다.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환자가 의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짧아 의료 질이 저하되는 상황을 막기위해 마련됐다.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20개 중 아동진료체계 강화 영역에서 1순위로 꼽힌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의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 방안'의 주요 정책으로도 소개됐다.
반면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의 참여 의료기관은 줄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참여 의료 기관은 1683곳이다. 심평원이 올해 1월 기준으로 밝힌 참여 의료기관은 1788곳으로 105곳 줄었다.
강 의원은 작년 10월 복지부 국정감자 당시 실제 참여 기관을 늘려 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자료 제출과 환자 동의서 징구 등이 원인이라며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조 장관이 지적받은 이후 약 6개월이 지나도록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의 개선 방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17개 필수의료 지원정책 중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부모의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심평원에 청구를 하려면 의사가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고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행정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현장 의견이 아닌 정부가 만든 틀에 맞춰 수가를 적용해 망한 사업"이라며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고 행정 절차가 많아 의사의 참여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차례 복지부에 개선 의견을 전달했으나 복지부는 끝까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 정부 "기념품‧리플릿 배포"…의료계 "상식에 못 미쳐"
복지부와 심평원은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에 대한 올해 개선 방안 자료에 '참여기관 대상 시범사업 기념품과 리플릿 배포'라고 적었다. 의료계는 이같은 답변에 상식에 못 미치는 대안이라며 비판했다.
임 회장은 "기념품을 준다고 해서 의료기관이 참여하겠느냐"며 "해결 방안이 상식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정부가 가장 편한 방식으로 방안만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기념품을 주겠다는 방안은 실효성을 높이기보다 홍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소아의료 대책으로 제도만 내세우고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할 때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항목을 간편하기위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데 상반기 중 마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스템 개선 방향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