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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범죄 느는데 간이 검사만으로는 체포 어려워…'곤혹'

기사등록 : 2024-03-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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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간이 검사 정확도 떨어져…확실한 물증 되기 어려워
전문가, "측정 기기의 신뢰성 높아져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1.지난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에서 마약에 취한 채 도로 중앙에 주차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씨가 긴급체포됐다. A씨는 체포 전날에도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 주차장 벽을 들이받아 경찰에 임의동행됐다.

경찰은 당시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약물 운전을 의심했다. 하지만 A씨가 처방받은 약 때문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해 별다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불구속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또다시 마약을 투약한 행동을 보이던 A씨는 경찰이 주거지를 재차 조사하는 과정에서 합성 대마를 찾고 나서야 덜미가 잡혔다.

#.2 지난 1월 서울 관악구 한 도로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뺑소니 사고를 낸 캄보디아 국적 20대 남성 3명이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필로폰을 투약한 채로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의 차량을 수색하던 중 필로폰과 투약 기구를 발견해 잡아낼 수 있었다.

A(30대)씨 차량에서 발견된 마약 투약에 사용한 일회용 주사기 [사진=부산해양경찰서] 2023.12.04.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가운데 마약 투약 운전 역시 증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경찰은 마약 관련 사고가 의심돼도 마약 간이 검사만으로는 불법 투약임을 확신할 수 없어 현장에서 수사가 난처함을 겪고 있다.

마약 2차 범죄가 최근 들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추세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을 투약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2020년 182건, 2021년 230건, 2022년 214건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200건에 달했다.

특히 이중 교통 범죄는 2020년 45건,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 범죄의 4분의 1이 교통 범죄인 셈이다.

하지만 마약 투약 후 운전이 의심돼도 섣불리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음주 운전과 달리 마약은 신속한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로교통법은 약물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마약은 음주 운전보다 밖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적기 때문에 음주 단속 중 의심이 될 경우에는 마약 투약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주간 등에는 이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간이 검사는 경찰의 마약 수사를 보조하는 척도로 쓰일 뿐 정확도에 있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입증하는 데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경찰이 마약 관련 사건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요청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 수사의 어려움을 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 투약 혐의 같은 경우에는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별로 없고 불구속 수사하는 경우도 많다"며 "간이 검사만으로 확정적으로 체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간이 검사만으로는 어렵다. 무리하게 체포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A씨의 사건처럼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강제 수사 등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없어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더라도 사건 직전에 투약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현행범 체포 등의 판단은 범죄 상당성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관련법상 형사 사건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며 "영장 발부는 사법 체계에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법상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보호조치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의심자를 일시적으로 잡아 둘 수는 있지만 인권 침해 우려와 경찰 업무의 손실로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오재원 전 야구 국가대표 선수 사건처럼 마약 투약에 사용한 주사기를 숨기거나 체모를 태우는 등 증거를 숨기거나 투약 사실을 감추려는 행위들이 빈번해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준택 교수는 "결국 마약 의심 사건은 경찰관의 판단과 함께 마약 간이 검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양성을 일으키는 약물의 종류가 헷갈리면 안 되고 마약 의심을 특정할 수 있는 간이검사 방법이 고안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측정 기기의 근거가 명확해지면 경찰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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