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오피니언

[기고] 정치인의 부인과 자식

기사등록 : 2024-04-02 14:48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뀌어야 합니다'.'마피아도 부인과 자식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얼마 전 총선에 출마한 어떤 비례대표 후보가 한 말이다. 그만큼 가족 문제가 정치인들의 입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의 가족사였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에게 상대 진영에서 부인의 아버지 즉 장인의 좌익활동을 문제 삼았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전설적인 연설로 이를 되받아쳤다. 장인의 좌익활동은 결혼 전 알고 있었고, 본인이 결혼할 때는 이미 돌아가셨다.

지금 아이들 잘 키우고 서로 사랑하고 있는데, 결혼 전 장인의 좌익활동이 문제 된다고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대통령 후보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후에는 아무도 이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노 대통령은 아픈 가족사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뒤집어 버린 승부사였다.

그 이외에도 부인과 자식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은 부지기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사람도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가 딸의 복수 국적과 특례입학이 밝혀져 바로 물러난 사람도 있었고, 아들의 음주운전과 마약 복용으로 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던 유명 정치인도 있었다.

오죽하면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도 하고, 어느 유명 재벌 총수도 살아생전 세상 모든 일 다 뜻대로 했는데, 자식과 골프공은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드디어 자식의 대학입학에 불법으로 개입했다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갑자기 유력 정치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김도균 교수.

이처럼 자식 문제를 부모가 정치적으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뒤돌아보면, 그때의 국민 정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거에서 이슈가 되거나 청문회에 나서면 이제라도 군대를 보내겠다느니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도 어떤 비례대표 후보 자식의 한국 국적이탈이 논란이다. 국적 문제에서 논란은 단연코 복수 국적과 국적이탈이 문제다.

복수 국적은 대부분 한국과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데서 갈등이 생기고, 대부분 한국의 혈통주의와 미국의 출생지 주의에 의해 복수 국적이 발생하는데, 배우자가 미국인이거나 주재원 등으로 미국에서 장기거주하면서 출산하는 경우 복수 국적이 생긴다. 심한 경우 원정출산 문제까지 나타나기도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야 의도하지 않게 두 나라의 국적을 취득했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 국적법은 일정한 조건으로 복수 국적을 인정하고 있고, 출입국 당국도 그에 따라 비자 발급 등 여러 가지 절차를 두고 있다. 즉, 국내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는 본인의 편리에 따라 한국 국적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성년이 되고 나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수 국적은 대부분 병역과 대학입학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데, 외국인으로 거주하면 군대도 가지 않고 특례로 대학을 입학할 수 있다. 간혹 이러한 혜택을 위해 교묘하게 국적법의 규정을 피해 가는 사례가 있다. 만 18세 전에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반드시 해외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는 등 국적이탈의 조건과 절차가 복잡하여 심사에 6개월 이상 걸린다.

반면, 18세 이후까지 복수 국적을 유지하게 되면 반드시 병역문제와 연계되고, 출입국이나 국내 체류가 불편하기 때문에 그 전에 국적을 이탈하는 것은 부모의 치밀한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결과로 병역을 피하고 대학 특례입학이라는 부수적 혜택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식 문제가 아니고 부모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필자도 직업상 이러한 복수 국적에 대해 여러 번 자문을 한 적이 있다. 출입국 시 어떤 여권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지부터 국적선택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이 다양하지만, 병역문제와 관련된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간혹 복수 국적을 이용해서 군대 안 가는 묘책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본인과 자식 그리고 손자까지 3대에 걸쳐 공직이나 정치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대 안 가도 된다고 답을 했다.

복수 국적을 유지하면서 군대 가는 젊은이들도 많다. 반면 갑자기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병역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피했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연예인도 있다. 어떠한 경우나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거기에 부모가 개입하여 국적을 포기하거나, 부모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자식의 국적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국적법의 취지에도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자식의 국적선택에 부모가 관여했다면 이는 자식이 아닌 본인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학제 때문에 국적을 포기했다는 어설픈 변명에 국민 정서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향후 어떤 상황이 생기면 언제라도 국적을 버릴 수 있다는 말로 들려 씁쓸하기도 하다.

※ 김도균 교수는 법무부 이민정보과장, 출입국심사과장, 주칭다오총영사관과 주중국대사관 영사,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출입국과 이민정책 이슈를 다뤄왔다. 현재 제주한라대학 특임교수, 행정사법인 한국이민 대표 행정사, 법무법인 동인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