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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사기 피해 '사각지대' 여전…"원치 않는 구매로 무주택 자격 상실"

기사등록 : 2024-04-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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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전 매매한 피해자 구제 '전무'
"청약·저리 대출 기회 다 사라져"
차선책 없어 피해주택 구매하는 경우 여전히 많아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가 맞는지 일률적으로 알 수 없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6월이면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1년을 맞는다. 그간 특별법을 통해 약 1만3000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피해자로 분류조차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최대 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남긴 '빌라왕 김대성' 사건의 피해자인 이모씨(33)는 사기 물건을 '매매'했다는 이유로 어느 곳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씨는 3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구매한 건데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만 해당한다고 한다"며 "일찍 피해를 보고 빠르게 조치를 취한 게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허망하게 무주택자 자격을 날려버린 이씨는 "지금 집은 좁아서 신혼살림도 차릴 수 없는데 원치도 않던 집을 매매하면서 주택청약도 의미가 없어졌고 주택 최초 구입 때 받을 수 있는 금리 우대도 물건너 갔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빌라·다세대 주택 단지.[사진=뉴스핌DB]

이씨는 2021년 3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의 신축 빌라 전세계약을 맺었다. 그가 처음 계약을 맺은 상대는 김대성씨가 아닌 건축주였다. 

부동산은 전세계약 체결 직후 그에게 집주인이 김대성씨로 바뀔 것이니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했다. 공인중개사는 김씨는 임대사업자라 보증보험 의무가입 대상자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만기 8개월을 앞둔 2022년 7월 이씨는 분양책임자로부터 김씨의 종합부동산세 체납으로 전셋집이 압류될 것이란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대출 연장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어느 은행도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고 확답을 주지 않았다. 당장 전세대출금 1억2000만원을 상환할 여력이 없던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압류 물건이 공매로 넘어간다고 해도 이씨의 전세금을 얹어서 빌라를 살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 건축주와 김씨를 고발한 뒤 이씨는 살던 집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매매 계약 체결 직전 김씨로부터 '2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팔겠다'는 황당한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씨는 실랑이 끝에 전셋값 그대로 빌라를 매매했다. 

그렇게 매매 계약 체결 이후 두 달 뒤 '빌라왕 김대성'이 사망했다. 이씨는 "지금이야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퍼지며 제도가 생겼지만 당시만해도 나라에선 구제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피해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작년 12월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화곡동이 속한 강서구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전세사기 피해자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전수조사 대상자 550명 중 64.1%는 우선매수권 행사 등을 통해 피해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우선매수권이란 경매로 넘어간 물건을 낙찰받을 권리를 말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구입한다'고 답했다.

그래도 경매로 피해주택을 낙찰받으면 청약 당첨에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전세사기로 주택을 낙찰받았을 경우 보유 기간을 무주택 보유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단 지원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주택자 대상 정책대출에선 여전히 불이익이 있다. 시중은행보다 저리에 대출을 해주는 무주택자 대상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강서구 전수조사에 응답한 전세사기 피해자 중 절반 이상(56.3%)은 이씨와 같은 30대다. 피해자 대부분이 무주택자 혜택을 이용해야 하는 실수요층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경매로 넘겨받은 경우에만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경매라는 건 채권 실행하기 위해 하는 거니 객관적이기 때문"이라며 "합의에 따라 매매한 것은 정말 전세사기 피해가 맞는지 일률적으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적으로 모든 피해를 구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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