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정치부장 = 국민들은 4.10 총선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주장한 '이조심판'(이재명·조국 심판) 대신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정권심판론은 선거 막판 가장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김준혁, 양문석 후보까지 당선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참패 속에서도 개헌·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지켰다는 것에 만족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훌쩍 넘겼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까지 더하면 200석에 육박하게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190석 이상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본회의 상정 법안과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또 원내 제1당 몫인 국회의장 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이외에도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야당 동의 없이 이들을 임명할 수 없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새벽 인천 계양구 선거캠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4.11 yooksa@newspim.com |
국민의힘으로선 대통령 탄핵과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막은데 의미를 두게 됐다. 참패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숫자다. 200석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각종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돼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특검법'과 같은 쟁점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또한 대통령 임기를 줄일 수 있는 개헌과 대통령 탄핵까지도 가능해진다. 입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숫자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21대 국회보다 더 심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다. 이에 윤석열 정권은 조기 레임덕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은 입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거대야당의 벽에 부딪혀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24.04.10 choipix16@newspim.com |
이번 선거의 프레임을 정권 심판론으로 변화하게 만든 트리거 역할은 조국혁신당의 창당이다.
조국혁신당이 창당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연합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서 돌풍이 일었다. 이는 이번 선거의 성격을 '정권 심판론'으로 바꾸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국민들 가운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에 표를 주기 어려워 하는 계층이 분명히 존재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다시 지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선거의 프레임이 정권 심판론으로 바뀌면서 3월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빙 양상이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우세한 흐름으로 바뀌었다.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에 표를 던지고자 한 유권자들은 지역구에선 민주당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번 총선결과는 사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이미 예견됐다. 당시 선거 패배 직후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 뜻에 따르겠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공천 과정에서 친윤계 현역들이 대다수 그대로 공천되는 등 변화보다 유지를 택했다.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지만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동훈 위원장은 여전히 윤 대통령의 그늘 아래 있다는 인식을 떨치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국회 도서관에 설치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2024.04.10 pangbin@newspim.com |
다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탄핵·개헌저지선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점이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됐던 PK 지역에서 예상보다 국민의힘이 방어한 부분이 이를 증명한다. 범야권을 중심으로 200석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면서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결과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됐다. 총선 직전까지 갈등양상을 보였던 의대정원 2000명 증원도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선거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기 때문에 조만간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국정쇄신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국정쇄신을 위해 내각과 대통령실의 전면적인 인적 개편작업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기존의 여소야대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 것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선 안 된다. 떠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취임 초의 다짐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직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범야권의 의석수보다 떠난 국민의 마음을 다시 잡는게 최우선 과제다. 식물 대통령으로 3년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실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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