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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물건 거래한 공인중개사 버젓이 영업…자격취소는 '2건'

기사등록 : 2024-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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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비해 자격취소 건수 적어
'안전한 물건'…중개사 말 서류 입증 어려워
"특약에 중개사 책임 물을 수 있도록 넣어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역대 최대 전세사기 사건으로 기록된 '빌라왕 김대성' 사건의 피해자인 이모씨(33)는 어쩔 수 없이 떠안은 전세사기 집 앞에서 버젓이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무소를 지나갈 때마다 화가 치민다.

이씨는 '김대성씨는 임대사업자라 보증보험 가입 의무대상자다. 더 안전한 거래가 되는 것'이라는 중개사의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진행했다.

사기 물건이라는 걸 알고 억울했지만 이씨는 중개사를 고소하지 못했다. 변호사 자문 결과 중개인이 '사기 물건인지 몰랐다'고 하면 피해 입증이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가에서 공인한 공인중개사가 안전하다 하니 믿었는데 '몰랐다'고 발뺌하면 끝이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 전세사기 피해자 1만명 넘을 때 자격취소 중개사 '2건'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2928명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리기 시작했다.

약 8개월간 1만3000명가량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중 '자격 취소' 행정처분을 받은 건 단 2건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해지자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에 대해 총 3차례에 걸쳐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특별점검은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 가담 의심 중개사 전수조사를 통해 악성 중개사를 반드시 적발하고, 적발 시 자격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3차례에 걸친 특별점검에서 총 6224명을 조사했음에도 실제로 '자격취소'까지 행정처분이 이어진 건 단 2건으로 전체 대상자의 0.03%에 불과했다.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이 취소되는 '등록취소' 처분이 내려진 경우도 10건(0.16%)에 머물렀다. 대부분은 업무정지(193건·3.1%)와 과태료(5.1%) 처분을 받는 데서 끝났다.

◆ 서류상 증거 없인 처분 어려워…"특약 넣어야"

'일벌백계'하겠다던 장관의 장담에도 자격취소까지 이어진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는 이씨 사례처럼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계약에 실제로 가담했는지 서류상으로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격취소가 된 사례 2건은 모두 서류상 필체 대조를 통해 공인중개사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인이 대리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다. 서류상으로 공인중개사법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만 자격취소 처분이 이뤄진 것이다.

말 그대로 '수사'가 아닌 '점검'이다 보니 계약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물건이다', '안심해도 된다'는 등의 중개사가 구도로 한 말에 대한 책임을 밝히긴 어려운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서류로 확인할 수 없는 이면의 내용이나 시간이 지난 건 점검을 나간 공무원 입장에서 확인이 어렵다"며 점검의 한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무책임한 공인중개사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계약서 작성 때 특약사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법상 중개사는 임차인에게 권리관계를 상세히 고지할 의무가 있다"라며 "(계약서) 특약에라도 중개사 과실을 입증할 내용을 넣었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모든 내용이 구두로 오가니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임차인은 간판이 자주 바뀌거나 대표 공인중개사가 바뀌는 등 사고가 우려되는 중개사무소를 피하고, 특약사항에 웬만한 건 기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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