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4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30대 '빌라왕'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16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대사업자 최모 씨에게 징역 12년,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정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최씨의 범행에 가담하거나 최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른바 '바지 임대인' 등 21명에게는 범행 횟수와 취득한 리베이트 액수 등을 고려해 각 벌금 80만원~1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재판에서 최씨를 제외한 일당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최씨는 70건의 임대차계약 중 6건을 인정하면서도 64건은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피해자들을 기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최씨는 계약 당시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을 편취한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최씨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채의 빌라를 보유한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피해자들을 기망했다"며 "피해자 일부는 보증보험이나 매매 등을 통해 돌려받기는 했으나 적어도 계약 종료에 따른 정상적 반환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양형과 관련해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 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삶의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으로 엄한 처벌을 통해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최씨에 대해 "수익을 올리려는 개인의 경제활동 자체를 탓할 수 없고 전세제도, 금융시스템 등에도 많은 문제가 있으나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멈춰야 한다"며 "책임은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임대사업을 무리하게 벌인 최씨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정씨에 대해서는 "전세사기 범행을 위해 최씨와 공모해 빌라 등 50채를 타인 명의로 동기했고 공인중개사가 아님에도 527회에 걸쳐 중개대상물을 표시·광고했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4명 중 2명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강동·양천·구로·영등포·강북·강서·금천, 경기 부천·김포·고양, 인천 등지에서 70명의 임차인들로부터 합계 144억원 상당의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해당 기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통해 총 259채의 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건축주에게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정씨는 2021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최씨와 공모해 임차인 4명의 임대차보증금 총 7억6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최씨가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도록 바지 명의자를 구해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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