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4-17 13:09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손 검사장 측은 "고발장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고법판사)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사건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범죄"라며 "원심의 형(징역 1년)은 지나치게 경미하다"고 주장했다.또 "헌법재판소에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란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선거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봤다"며 "피고인이 김웅 의원을 통해 고발장을 전달한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의 실행의 착수로 인정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 검사장 측은 "피고인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1심 판결은 피고인과 김웅 의원 사이에 제3자가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제3자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했다. 검찰이 입증해야지 왜 피고인이 입증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검사들에게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손 검사장은 당시 선거에서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최 전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한 뒤 '채널A 사건' 최초 제보자인 지모 씨의 실명 판결문과 함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각 고발장 일부 작성과 검토에 관여한 사실, 고발장과 지씨의 실명 판결문 등 자료를 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구 갑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송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최 전 의원이 피고발인으로 기재된 2차 고발장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 등으로 대부분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를 인멸할 염려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에 손 검사장과 공수처 모두 항소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국회에서는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손 검사장 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많은 증인을 신청하고 1심과 달리 사실오인을 입증하려 노력하고 있다.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 전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달라"며 탄핵 심판 절차를 중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 헌법재판소는 손 검사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탄핵 심판 절차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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