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중동 전쟁 확산 위기에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며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1400원대 환율은 1997~1998년 외환 위기(IMF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급등한 환율덕에 단기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배터리나 철강기업들 위주로 당장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적정 수준의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 매출 증대 효과가 있지만 단기간 과도한 상승은 원자재 도입 비용을 늘리고 이자 부담과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 당장 올해 상반기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던 기업들은 실적 회복 지연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항공기 리스·유류비 달러 결제 항공사 '직격탄'
17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당장 영향을 받는 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장기 리스 비용뿐 아니라 항공유 등의 구매 비용도 모두 달러로 결제한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 [사진=뉴스핌 DB] |
제주항공이나 진에어 등 이제 막 코로나19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저비용항공사들 역시 환율 급등이 큰 부담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해외 여행 수요 회복으로 코로나19 터널을 이제 막 빠져나오기 시작했는데, 환율로 인해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 원가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체들의 환율 급등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업체들은 사업 체질 개선차 현재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외화부채가 급증한 상태다.
◆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도 원자재 도입 비용 증가에 수익성 회복 제동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익성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 기업들은 환율 헤지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제품 수출을 통한 매출 증가 효과와 환헤지를 통해 단기 환율 급등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겠지만, 환율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도입 부담과 해외 투자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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