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첫 영수회담을 개최하며 윤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협치의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제안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및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이태원참사특별법 및 채상병 특검법 수용 등 굵직한 현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여야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135분간의 영수회담에서 의대 정원 증원의 불가피성, 민생의 중요성, 향후 만남을 이어가기로 한 점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현안에서 '통 큰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던 영수회담으로 평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4.29 photo@newspim.com |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만났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홍보수석비서관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인사말과 덕담만을 전했지만 이 대표는 사전에 준비한 4000자가 넘는 발언으로 의제를 미리 알렸다.
이 대표는 공개발언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R&D 예산 복원 및 추경 편성, 이태원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처리, 가족 등 주변 의혹 정리, 재생에너지로의 산업 재편, 한반도 평화 외교 노력 등을 제안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회담 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열고 회담 결과 및 자체 평가 결과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협치의 첫 걸음"임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혹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총평으로 "윤 대통령은 충분히 경청했고,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야기해서 의제들에 대해 충분히 교환했다"며 "이번 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한다. 향후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이 관계가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회담 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나오면서 이 대표에게 영수회담에 대한 소회가 어떠냐 물었더니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3가지 정도에서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
이 수석은 "첫째,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둘째,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 두 분이 만날 수도 잇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셋째,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4.29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다만 이 대표의 제안 중 가장 핵심적이고 첨예한 쟁점인 25만원 민생지원금과 이태원참사특별법,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등을 의미하는 가족 의혹 정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수석은 "경제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 입장은 모두발언으로 전달됐고,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상황 등이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민생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주셔야 된다고 재차 주문했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며 "추경을 통해 R&D 예산을 복원하거나 증액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이 대표는 모두발언 취지로 다시 말했고 윤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조사위에서 청구권 갖는 등 법리적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논의하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는 '진실규명을 통해 유가족의 한을 풀어줘야 되는 게 아니겠냐. 그분들께 답 내야 될 시기가 이제는 왔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독소조항이 있다,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씀해 사실상 오늘 회담에서 이태원특별법은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에 따르면 이 대표가 공개발언에서 제안한 채상병 특검법과 가족에 대한 의혹 정리는 비공개회담에서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비공개회담에서는 이 대표가 먼저 의제를 제안하고 윤 대통령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대체로 윤 대통령이 많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15분 정도 이 대표 모두발언을 하고 그 이후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상당히 답이 길었다"며 "천준호 실장이 시간계산을 해보니 85대 15 정도 된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 윤 대통령이 상당히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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