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부검 결과로 확인된 사인이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의사 등이 사망진단서를 고의로 허위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허위진단서작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 박모 씨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2015년 10월 당시 생후 6개월이었던 정모 양은 골수 채취 검사를 받던 중 천자침이 총장골동맥을 관통해 동맥이 파열돼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이에 박 교수는 당시 전공의였던 김모 씨에게 사망의 종류의 '병사', 직접사인과 중간선행사인을 각각 '호흡정지'와 '범혈구감소증'으로 사망진단서 기재하도록 지시하고, 김씨는 박 교수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이와 같은 취지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범혈구감소증이 정양 사망의 직접원인이 아니었으므로 박 교수 등이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기재했어야 했고, 만약 당시 이러한 사정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했어야 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업무상 과실치사는 무죄, 허위진단서 작성 부분은 유죄로 판단하고 박 교수와 김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부검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정양의 사망 원인은 의인성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의인성 손상은 골수채취 과정에서 천자침에 의한 총장골동맥파열로 발생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양의 동맥파열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정확한 범혈구감소증 진단이 이뤄지기 전이었던 이상, 정양이 시술 과정에 사망했다면 그가 지병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양의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망 현상에 불과한 호흡정지를 직접사인으로, 정양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는 범혈구감소증을 중간선행사인으로,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해 정양에 대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것은 미필적으로나마 진실과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사 등이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기재한 사망 원인이나 사망의 종류가 허위인지,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의 여부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 수준 및 사망진단서 작성현황에 비춰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작성자가 진찰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 및 상태 변화 등 진료 경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검을 통하지 않고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부검 결과로써 확인된 최종적 사인이 이보다 앞선 시점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진단서의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해선 안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 등은 정양이 골수검사를 위한 골수채취 중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되고 상태가 악화되자 진정제 투여 부작용에 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정양이 사망에 이르게 되자 진정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인식하고 사망진단서를 기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의사 등은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드러난 환자의 임상 경과를 고려해 가장 부합하는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자신의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할 수 있다. 부검 이전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으로 밝혀진 사망 원인과 다르다고 해 이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의 고의가 있다고 곧바로 추단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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