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예비후보자공약집이 기부행위의 객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22년 1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고 같은해 3월 무소속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A씨는 2022년 3월 12일께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에서 생산한 시가 5951원 상당의 수제비, 냉면이 들어있는 박스를 시가보다 저렴한 1000원에 판매하는 등 선거구 안에 있는 자에게 9만902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했다.
또 A씨는 2022년 3월 21일께 예비후보자공약집 8940부를 위탁해 판매했다.
아울러 A씨는 2022년 3월 24일께 피고인 B씨, C씨, D씨에게 공약집 614부를 주었고, 이들은 공약집을 자동차 와이퍼 등에 끼워두거나 상가, 주택의 우편함에 넣어두는 등 살포했다.
피고인 E씨는 2022년 3월 12일께 A로부터 제공받은 시가 8만3312원 상당의 수제비와 냉면이 들어있는 박스 14개를 F사무실에 있는 회원 등 14명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1심은 A씨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피고인 B씨, C씨, D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피고인 E씨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 E씨의 기부행위와 피고인 A씨, B씨, C씨, D씨의 법정 방법을 위반한 예비후보자 공약집 배부 행위는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범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씨, B씨, C씨, D씨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예비후보자 공약집을 살포했고, A씨가 위탁 판매하거나 살포한 예비후보자 공약집의 수가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예비공약집 배부와 관련해 '기부행위 지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명함 교부 행위 역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2심은 원심 판결 중 A씨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비후보자공약집 무상 배부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항에 따르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에서 기부행위제한 규정과 별도로 예비후보자공약집의 배부방법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예비후보자공약집이 공직선거법에서 규율하는 기부행위의 객체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후보자공약집은 예비후보자의 정책 등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예비후보자의 지지기반을 조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며 "예비후보자공약집은 명함이나 예비후보자홍보물과는 달리 상당한 비용을 들여 도서의 형태로 발간되는 것이어서 이를 무상으로 배부하게 되면 자금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우월한 홍보활동과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되므로, 결국 후보자의 자금력이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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