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러시아 기술 지원을 받아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나섰지만 공중폭발해 실패했다.
북한은 발사 실패 직후 2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에 탑재해 발사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신형 위성운반 로켓이 1계단 비행 중 공중 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이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이 2024년 5월 27일 밤 10시 44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지만 1단 엔진이 공중폭발했다. [사진= NHK 방송 캡처] |
◆북한 "새로 개발 액체산소+석유 발동기 원인"
북한은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현장 지휘부 전문가 심의에서 새로 개발한 액체 산소+석유 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8일 "27일 밤 10시 44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을 포착했다"면서 "밤 10시 46분께 북한 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돼 공중 폭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발표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새로 개발한 석유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충분히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형 엔진을 무리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명예교수는 "지난 3차례 위성 발사의 1단 엔진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통해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입증된 백두산 엔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의 인공위성과 무기체계의 발사체 기술은 어느 정도 검증되고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한 북한이 1차도 아닌 4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북한은 ▲2023년 5월 31일 1차 발사 때는 2단 엔진의 시동 비정상에 따른 추력 상실 ▲2023년 8월 24일 2차 발사 때는 3단 엔진으로 비행하던 중 비상폭발 체계 오류에 따른 실패라고 직접 발표했다.
이러한 실패 과정을 거쳐 북한은 ▲2023년 11월 21일 3차 발사 때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체는 1단과 2단, 3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동안 3차례의 발사에서 2단과 3단 엔진 문제가 있었지만 1단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4차 발사 때는 1단 엔진에서 문제가 생겨 발사 2분 만에 공중 폭발했다. 그 원인으로 북한은 "새로 개발한 액체 산소+석유 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 원인이 있다는 초기 조사 분석을 내놨다.
북한의 기존 발사체 엔진인 백두산 엔진은 적연질산을 산화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을 연료로 쓴다고 알려졌다.
북한이 2023년 11월 21일 밤 10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러 기술 시스템화땐 '고도화·표준화 가속도'
하지만 이번에는 액체산소 산화제에 등유(케로신 추정) 연료를 쓰는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사용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액체연료는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에서 사용하는 등유이다.
다만 로켓의 연료를 바꾸게 되면 발사체의 전반적인 부분을 미세하게나마 새롭게 건드려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동차 엔진의 오일이나 연료가 조금만 달라져도 차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북한이 연료 자체를 새롭게 바꾸면서 엔진 시험을 하고 검증했지만 충분하게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러시아 기술진이 지원을 했다면 지나치게 의존했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의 위성 발사체 기술진의 도움을 받았지만 단기간에 기술을 전수받고 시험과 검증을 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발사체 기술은 어느 정도 검증되고 신뢰성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기존 방식대로 했다면 쏘아 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북한 방식과 러시아 방식에서 차이가 있어 오히려 크고 작은 혼선과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면 북한이 이번에 실패했지만 엄청난 기술 도약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러 간의 기술과 방식 차이로 인해 실패했지만 러시아 기술을 받아들여서 '북한화' 하는 계기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무기체계를 개발해왔다. 이젠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의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밟게 되면 고도화·표준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위성과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시스템화된 프로세스를 북한이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위성이든 군사위성이든 간에 통상적으로 실패를 거듭한다.
특히 이번에 사용한 액체연료는 북한이 장기적으로 상용위성을 올리는 사업까지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료를 바꾸면서 엔진을 포함한 추진체를 전반적으로 건드렸기 때문에 이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