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이노베이션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일부 계열사의 매각·합병 등을 통해 SK온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반발이 거세다. 적자인 계열사를 위해 알짜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인천석화 등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매각 방법은 지분 매각이 유력하다. SK이노 측은 매각 이후 배터리 담당 계열사인 SK온과 윤활유 제조 계열사인 SK엔무브를 합병한 후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SK온 살리기'라고 분석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의 설명 역시 계열사 정리가 배터리 사업과 연관을 짐작할 수 있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SK온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331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8배 늘었다. 부채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부채 총액은 21조7842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42%나 증가한 수준이다. SK온의 적자로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흑자 목표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SK온 측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SK온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증권사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약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모기업 부담이 가중되면서 SK이노베이션 일부 구성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 계열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자 불만이 더욱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한 직원은 "적자 늪에 빠진 배터리 사업을 위해 나름 알짜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물론 리스크가 클수록 수익성도 큰 게 맞지만, 현재 SK온 상황을 볼 때 리스크가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SK온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하고 합병까지 추진한다는 방안을 납득할 직원이 몇 명이나 있겠냐"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SK온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SK그룹 내에선 미래 핵심 사업으로 거론될 만한 사업은 SK하이닉스 반도체와 SK온의 배터리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향후 원활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성원 설득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 자체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투자는 계속 동반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SK이노의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시장에 거론되는 방법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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