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중앙선을 침범해 3명이 사상하는 교통사고를 냈다고 하더라도 중과실로 인한 비면책채권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1997년 1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436에 있던 청계고가도로 편도 3차선 중 1차로를 진행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진행하는 피해차량을 충격했다. 이 사고로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은 사망했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보험회사는 1999년 2월 23일 이 사고로 인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따른 보상금으로 피해자들에게 4514만3800원을 지급했다.
보험회사는 A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를 제기했고, A씨는 2002년 6월 11일 청구를 인낙했다.
보험회사는 소멸시효 중단 및 연장을 위해 A씨를 상대로 다시 소를 제기했고, 2012년 9월 14일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해 2015년 6월 면책결정이 확정됐는데, A씨가 제출한 채권자목록에 보험회사의 이 사건 채권이 포함돼있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2020년 2월 28일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수했고,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건의 경위, 과정, 피해정도 등을 살펴보면 피고의 채무는 피고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이므로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양수한 이 사건 채권은 피고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채무자에게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의 원인 및 내용 등과 같이 주의의무 위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가 약간의 주의만으로도 쉽게 피해자들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해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는 사고 당시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 않았고, 그밖에 다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피해자들 중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정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중한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채권이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해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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