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이번 저출생 대책에 다 반영된 것 같다. 이렇게 정책 제안이 본격적인 제도로 반영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제 제도 자체를 더 만들기 보다는 사각지대 없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존의 제도를 시대 흐름에 맞게 변모해야 할 시점이다."
정성훈 경제부 차장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19일 야심 차게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발전을 위한 대책'에 대한 한 저출생 전문가의 총평이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기존에 시행되고 있었지만, 그동안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제도를 이번에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진다"면서 "유연근로 같은 경우도 문화 조성이 우선 중요하긴 하지만, 기업들이 시스템으로 반영해서 쓸 수 있게 돕는 내용들도 많이 포함돼 이제 현장에 안착하는 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저출생 종합대책에서 일·가정 양립을 핵심 목표로,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등 3대 분야에서 1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나온 의견 중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들을 총망라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사전브리핑에서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확실히 고쳐 나가야 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갖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 정부는 이번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당초 지난해 말 발표하려고 했던 종합대책을 반년가량 미뤄가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사이 저고위를 이끌 수장으로 주 부위원장을 새롭게 임명하기도 했다.
그동안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가 늦어지면서 재정당국과의 불화설이 심심찮게 제기됐고,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제 관료 출신인 주 부위원장의 역량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저고위는 주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한 마디로 이번 종합대책은 저고위 구성원 하나하나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소중한 결실이다.
다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기업들이 함께 나서지 않으면 정책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지금,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상당수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모든 정부 정책을 여성 근로자에게 맞춰 법제화하고 이를 강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이 직장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야 할 때다.
우선 기업 내 여성의 출산을 장려하는 친(親) 출산 및 양육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이는 회사 최고경영자부터 초급 관리자까지 대대적인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아이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에게 파격적인 혜택 부여 등 기업의 '통큰'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직원들에게 출생아 1명당 1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해 화제가 된 부영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금전 지원이 어렵다면 아이 출산 시 특진을 시켜주거나, 희망하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과 같은 인센티브 방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혼 여성, 남성 직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학력 여성이 늘어나면서 출산과 양육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데, 출산이 '경력단절' 또는 '차별적 대우'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써야 한다.
정부는 선진국 대표 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의 오명을 벗고자 '저출생 극복'에 사활을 걸었다. 이제 기업이 화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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