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해외 현지법인에 파견돼 일하다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본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일하던 A씨는 2019년부터 중국 현지법인인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2020년 7월경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고 사망 원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망인(A씨)의 경우 산재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에서 정한 해외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해외파견자 임의가입을 신청한 사실도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부지급 결정했다.
이에 유족은 2021년 7월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유족은 이듬해 12월 재차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같은 이유로 거절하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망인의 근로 장소가 중국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사업에 소속해 본사(현대엘리베이터)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며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유족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중국 현지법인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회사인 현지법인의 의사결정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서 별도의 독립된 실체가 있다고 봤다.
또 A씨가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중국에 개인소득세를 납부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망인이 현지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에 모회사가 망인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구체적 사정이 보이지 않고 망인이 모회사에 직접 업무보고를 한 사정도 없다"며 "현지법인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A씨에게 복지포인트 현금정산분, 우리사주조합 주식취득 지원금, 개인연금지원금, 의료지원금 등을 지급했고 현지법인 근무기간을 회사 근무기간으로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모회사에 근무하는 직원과 자회사인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나 복지혜택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 직원들의 중국 근무 기피를 방지하거나 근무를 촉진하려는 정책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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