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온라인 불법도박에 중독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범정부 대응팀에 금융당국이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정부 대응팀 출범 초기 금융당국의 부재 사실이 알려지자 돈줄을 막을 수 있는 금융당국이 꼭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뒤늦게 범정부 대응팀에 합류한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처럼 청소년 도박에 쓰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바로 지급정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1일 범정부 대응팀을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범정부 대응팀에 합류했다. 이후 같은 달에 범정부 대응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사진=뉴스핌DB] |
범정부 대응팀은 지난해 11월 법무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등 9개 기관으로 꾸려져 시작했다.
범정부 대응팀은 수사・단속(검찰·경찰) 치유・재활(사감위), 교육・홍보・조사・연구(교육부) 등 3개 분과로 쪼개져 온라인 불법도박 대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으로 청소년 도박과 관련해 범정부 협력체계가 구축됐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도박자금의 입출금을 통제할 수 있는 금융당국이 빠졌다는 점이 맹점으로 지적됐다.
범정부 대응팀 출범 이전부터 전문가들을 공통으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사기가 의심되면 일괄적으로 계좌 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도박을 위해 사용하는 계좌의 경우 이러한 제도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미성년자가 본인 계좌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로 의심되는 계좌로 송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송금 사실을 즉시 알리는 절차를 마련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명의로 된 계좌를 직접 이용하거나 친구 계좌를 통해 대리입금을 하는 경우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놓여있는 상태다.
중학생까지 대리입금 총책으로 가담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법정대리인에게 알림이 가는 것만으로는 의심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청소년 도박에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계좌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지급정지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그간 시민단체와 기업의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지난 5일 카카오뱅크와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도박없는학교는 그간 청소년 도박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신고를 받고, 이 계좌 정보를 공개해 왔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계좌 지급정지만 해도 청소년 도박의 문제를 90%쯤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나 기업에 기댈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도박 극복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성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28 yooksa@newspim.com |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가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린 도박 극복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역시 지난달 28일 약 4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며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계좌 지급정지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범정부 대응팀을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통합위원회가 제안한 도박이용 의심 계좌 지급정지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충동 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는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요즘엔 청소년도 계좌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계좌 만드는 길이 다 막히면 친구에게 대리입금을 부탁하면 되서 도박 사이트로 돈을 입금하는 그 단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끼고 살다보니 온라인 도박 문제에 있어선 부모도 속수무책"이라며 "계좌를 법적으로 혹은 행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면 중독 치료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정부로 협력하는 관계가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은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치유재활지원팀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로 모인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회성이 아닌 계속해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