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8-05 18:47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통쾌한 '금빛 스매싱'을 날리며 스스로에게 한 약속대로 '낭만있게' 파리올림픽을 마쳤다.
세계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8위 허빙자오(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자신에게 안긴 통한의 패배를 시원하게 설욕했다.
안세영은 이제 자신의 꿈인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에 가장 작은 퍼즐만 남겨뒀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보다 훨씬 수월한 1년마다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우승만 남겨뒀다.
19세의 나이로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2020 도쿄 대회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하며 8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폭풍 성장한 안세영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톱랭커들을 모두 제압하며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10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도 제패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거머쥐며 세계 1위에 올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여자 단체전 2관왕에도 올랐다.
3월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반등하나 싶더니 전영오픈 4강 탈락에 이어 4월 아시아선수권 8강전에서 허빙자오에 너무나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세를 몰아 올해 아시아선수권과 파리올림픽까지 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자신의 계획이 무산됐다. 더욱이 안세영이 허빙자오에게 7연승을 달리다가 당한 아픈 패배였다.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님에도 투혼을 발휘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라 국민적 스타가 되고도 방송 출연이나 광고 제의 등을 모두 거절하며 올림픽을 준비해온 안세영은 "무릎 부상은 80% 정도 회복됐다. 통증에 적응하려고 한다"면서 "더운 날씨에 힘들게 파리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낭만적인 대회로 마무리하겠다"고 금빛 출사표를 던지고 파리로 떠났다.
이날 1게임에서 먼저 2점을 내준 안세영은 탄탄한 수비와 정교한 네트 플레이를 앞세워 13-12으로 역전했다. 이후 자신의 강점인 랠리를 시도하며 허빙자오를 괴롭혀 21-13으로 1게임을 압승했다.
안세영은 2게임도 압도했다. 초반 3연속 득점하며 11-7로 앞서나갔지만 4연속 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하며 고비를 맞았다. 허빙자오의 하이클리어가 라인을 벗어나며 14-11까지 달아났다. 이후 안세영은 정교한 샷과 강철같은 체력으로 허빙자오를 앞뒤 좌우로 흔들며 게임을 매듭짓고 코트에 무릎 꿇고 포효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