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의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기 좌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배드민턴협회가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 표를 사주고 메달을 못 땄어도 규정 위반으로 논란이 되었을 것 같다.
미국 정부에서는 비행 시간이 비행기 좌석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재무성 차관보가 워싱턴DC에서 LA를 갈 때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올 때는 이코노미석을 탄다. 제트기류로 인해 갈 때 5시간 걸리지만 돌아올 때는 4시간2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사진=뉴스핌DB] |
물론 개인 소유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시키겠지만 탁구 선수 '삐약이'(신유빈)는 대한항공 스폰을 받고 있기에 항상 무료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심지어 복식 파트너 남자 선수에게도 편의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안세영 선수 입장에선 개인스폰서십을 받지 못하게 하는 협회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것은 당연하다. 탁구와 배드민턴이 무슨 차이가 있고, 자기는 세계 랭킹 1위인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도쿄에서 IMF와 세계은행 정기총회가 개최됐다. 2시간도 걸리지 않은 거리라서 나는 이코노미석으로 갔다. 1등석 비용으로 이코노미석 4매를 구입할 수 있다. 더 많은 은행 임원들이 국제회의에 함께 참관해서 국제 감각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호텔도 같이 스탠다드룸을 썼다.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행장들이 1등석으로 가는데 우리 국민은행장 입장에서 억울(?)했을 것 같다. 회장인 내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데 같은 모양새를 갖춰야 되는 입장에선, 한심하게 여겼을 것 같기도 하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승무원도 내 좌석에 찾아와 '회장님이 이러시면 저희들은 어떡합니까'라며 항의 아닌 하소연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년 CEO컨퍼런스를 시애틀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국 최고 금융회사이기에 나도 3년 동안 계속 초대 받았다. 기라성 같은 세계적 대기업 CEO대회이고 국내 기업에선 SK부회장과 나만 초청됐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도 3일 동안 같이 만나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시애틀에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야 된다. 두번째 초청 받은 해 날씨가 좋지 않아서 갈아타는 비행기를 놓쳐 시애틀에 늦게 도착하게 됐다. 마중 나온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 왜 자가용 비행기로 오시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물었다. 서울대공원에 출생해 사육되었던 푸바오 판다곰이 중국 갈 때는 특별기를 탔다.
팬덤 스포츠스타, 엘리트 체육주의와 국민 보편체육주의와의 충돌,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에 갇힌 우리 스포츠계를 통해 급격히 선진화된 한국 사회의 불협화음을 보고 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빨리 선진국이 된 한국이 국내 시스템에서 이러한 모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큰 일이 아니니 조화롭게 천천히 해결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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