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추석을 앞두고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장들을 호출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당국 차원의 가계대출 규제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센 개입'을 언급했던 종전 발언보다 힘을 뺀 메시지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 수요부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은행장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은행권 자율 관리를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 인도 진출 설명회'에서 참석 개회사를 하고 있는 이 원장의 모습. 2024.09.06 yym58@newspim.com |
이 원장은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또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은 금융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도 은행권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한다"라고 촉구했다.
'은행권 자율 관리'는 이 원장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 등 은행권 대출 관리와 관련해 당국에서 '더 세게 개입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힌 것과 결이 다소 다른 메시지다. 이밖에도 금감원은 은행권 금리 인상을 놓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영업 행태', '손쉽게 돈벌이해 이익을 늘리려는 방식' 등 높은 수위의 발언을 하며 엄정한 대출 관리를 압박해 왔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최근 금감원의 적극적인 대출 관리 기조에 제동을 건 데 따라 금감원도 발언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출과 관련해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며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시장개입"이라며 "은행의 개별적 행위에 관여하기보다는 자율적인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한편,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관리방안을 수립해 나가고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7개 사와 지방은행 5개 사, 특수은행 5개 사, 인터넷전문은행 3개 사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SC제일은행은 부행장이 대리 참석했고, 산업·수출입은행은 이번 간담회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에서는 이 원장을 비롯해 은행 담당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동향과 관련해 은행권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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