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여야의정 협의체가 결국 추석 연휴를 넘긴 시점까지 구성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지를 보이며 협의체 구성에 다시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의료계는 한 대표가 의정갈등을 정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거부감을 보인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당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읍소'하며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 대표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한 대표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사진=뉴스핌 DB] |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국민의힘 측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비공식 채널로 박 비대위원장과 소통해 오고 있고,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와 상반되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행동은 정치 수단으로 이용되기 싫다는 의료계 내부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추석 연휴 직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급물살을 타던 시점 의료진이 모여있는 한 단체 대화방에선 "국민의힘 측은 젊은 의사들을 한동훈 대표가 모양내려는 협의체에 들러리 서달라고 읍소할 게 아니라 전공의 7대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들고 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의료진도 "한동훈 대표가 중간에서 애를 쓰는 것 같지만 말려들어 들러리만 서는 일이 돼선 안 된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과 보궐선거 등 선거 직전에 유력 정치인이 나서 의정갈등 '해결사' 모습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서 의료계 내부에선 반감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총선 때에도 의정갈등 해결을 통해 표심을 얻으려는 정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견이 의료계 내부에서 팽배했다.
결국 의정협의체는 정부가 먼저 정책을 수정하며 대화를 위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과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대치되는 초기의 모습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을 중심으로한 의료계 단체는 지난 13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의료계는 정부의 태도 변화와 같은 전제조건을 달며 문제 해결을 미룰 것이 아니라 우선 대화의 장에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핌 DB] |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며 점점 정치싸움화 되면서 당사자인 전공의들도 피로감을 느끼며 떠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한 뒤 아예 병원을 떠나 일반 회사에 취직하는 전공의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 스타트업에 취직했다는 사직 전공의는 "전공의도 했는데 뭔들 못하겠냐"며 "출근 시간도 늦어졌고 눈치도 안봐도 되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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