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법원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에 대해 증인선서 없이 인터넷 화상장치로 진술을 청취한 경우 그 진술 녹음파일과 녹취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서울의 한 대학 교수 손 모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며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손씨는 2016년 2월 제자로 하여금 '네 명의로 조교 등록을 하고 계좌로 조교 장학금이 입금되면 그 돈을 현금으로 뽑아서 달라'며 행정조교에게 조교인사제청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손씨는 해당 제자에게 장학금을 받게해줄 생각이 없었고, 제자 계좌에 입금된 장학금 247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과 함께 손씨는 2014년 3월부터 총 3회에 걸쳐 비슷한 방식으로 또 다른 제자로부터 1485만원을 편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은 손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해당 제자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신청했으나 손씨는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사는 해당 제자를 증인 신청했지만 베트남으로 출국해 법정 출석이 불가했다.
2심은 1심의 무죄 판결 부분을 파기해 징역 6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베트남의 체류 중인 제자의 법정출석 없이 녹취파일(USB), 녹취서 등을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손씨가) 조교로 근무시키고 장학금을 받게 해 줄 의사가 없었음에도, 그러한 의사가 있는 것처럼 피해자 학교를 기망하여 장학금 명목의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은 베트남으로 출국한 손씨의 제자로부터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검사의 주신문, 변호인의 반대신문 등을 제출받은 원심을 형사소송법상 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증인에 대하여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과 그 진술의 형식적 변형에 불과한 증거(녹음 파일 등)는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2011년 선고를 인용해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 서 법률이 그 증거방법에 따라 정한 방식으로 하여야 하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심증에 따라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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