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비(非)아파트 시장의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경매시장에서 서울지역 빌라(연립·다세대) 낙찰가율이 꿈틀대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라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투자 수요가 몰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8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주택의 경매 낙찰가율이 82.0%로 전달 74.3%와 비교해 7.7%P(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25개구 중 지역별로는 구로구가 낙찰가율 124.7%로 가장 높았다. 경매물건의 감정평가액이 5억원일 경우 6억2350만원에 낙찰된 셈이다. 전체 주택에서 빌라 비중이 높은 데다 향후 재개발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중구 98.0% ▲광진구 96.0% ▲강동구 90.5% ▲성동구 89.8% ▲영등포구 89.7% ▲마포구 86.6% ▲동대문구 86.2% ▲종로구 85.4% 등으로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다.
빌라뿐만 아니라 비아파트의 낙찰가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단독주택은 81.2%, 다가구주택은 83%의 낙찰가율을 기록해 전달 80.1%, 79.2% 대비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법원이 평가한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주택 경매가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만큼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참가자가 많아야 입찰 경쟁이 상승하고 물건의 낙찰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 서울 경매에서 빌라 물건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낙찰가율이 70~80% 수준에서 아파트 90%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빌라 '전세사기'가 잇달아 터지면서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데다 적당한 가격에 임대를 놓기도 쉽지 않아 투자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반년 넘게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부동산 유동자금이 아파트시장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8·8 대책'을 발표한 이후 빌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책에는 1주택자가 소형주택을 구입해 6년 단기임대로 등록하면 1가구 1주택자로 특례를 적용하고, 생애 최초로 다가구,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도 취득세를 300만원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청약에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도 85㎡(공시가격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실거래가 7억~8억원 빌라 집주인도 오는 12월 청약부터 '무주택자'로 인정되는 것이다.
기존 빌라 주택도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2550건, 거래금액은 1조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과 비교해서 거래량은 13.7%, 거래금액은 27.9% 늘었다. 빌라 거래금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 6월(1조2077억원) 이후 25개월 만이다. 25개 자치구 중 19곳의 거래량이 전년대비 늘었다.
다만 빌라주택의 시장 정상화가 본격화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낙찰가율 상승에도 지난달 낙찰률은 24.7%로 연초 이후 큰 변동이 없다. 시장에 풍부한 매수세가 유입되기보다는 투자가치가 높은 매물만 선별적으로 거래되는 모양새다. 대출규제 강화와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아파트 거래시장이 위축된 것도 빌라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연립·다세대주택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이 단기 상승하면서 피로감이 쌓였고 대출규제도 강화돼 빌라 주택의 거래량이 장기적으로 개선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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