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고 리영희 교수의 명저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러 정치인과 언론인, 학계에서 인용되고 있다.
새가 제대로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모두가 필요하며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리 전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인간보다 못한 새들조차 좌익과 우익을 아울러 시원스레 하늘을 날지 않은가?"라고 당시의 이분법적 사고를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최근 한국이라는 새를 보면 그야말로 추락 직전의 상태다. 특히 우측 날개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그야말로 도미노식으로 터져나오면서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라는 이름이 두 달째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대선 경선 당시 거의 매일 윤 대통령과 통화했고, 대선 때도 영향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하는 명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일 새로운 이슈를 생산한다. 이는 당연히 여권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2년 반 가량으로 한창 힘을 갖고 핵심 정책에 대한 결실을 보기 위해 추진할 때지만, 벌써 여당에서는 차별화 정책이 시작됐다.
여권에서 가장 높은 차기주자 지지율을 갖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쇄신론'을 제기하며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의 비선 라인을 솎아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한 대표를 시작으로 차기주자들이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는 필연적으로 현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 대통령의 레임덕은 곧바로 공무원 조직의 통제 불능 현상을 만들어내며, 정권의 핵심 정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반이나 남아있다.
이 때문에 6·10 재보선 이후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독대에 이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두 지도자의 불신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를 풀어야 여당이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권 중진 의원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두 지도자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밝혀 그동안 쌓여온 불신을 녹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전하는 민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하며, 한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의 감정의 골을 내려놓고 여권을 더 강하게 하는 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민심이 원하는 한 방향으로 날개를 젓기 시작해야 대한민국 보수 정치세력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시간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중도를 비롯한 국민들은 국민의힘에 기대를 접을 수도 있다.
이번 독대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궤도 수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아무런 방향 전환 없는 각자의 의견 제시로 마무리될지 국민들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