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대선을 코앞으로 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을 향해 "얼굴에 총을 겨누자"라고 한 발언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보수 성향 방송인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 체니 전 부통령과 관련해 "그가 딸의 편을 드는 것은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딸은 매우 멍청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니 전 의원에 대해 "그녀는 급진적인 전쟁 매파(강경론자)"라면서 "9개의 소총을 겨눈 상태에서 그를 사격대에 세워보자. 총이 그의 얼굴을 겨눴을 때 어떤 기분을 느낄지 한번 보자"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은 워싱턴의 멋진 건물에 앉아서 '오 이런, 당장 적들의 입 안으로 1만 명의 군대를 보내자'라고 말하는 호전적 매파"라고 주장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 거두이자, 그동안 공화당의 거물급 막후 정치인으로 불렸다.
양측은 체니 전 의원이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노선을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 불복과 1·6 의회 폭동 사태에 반기를 들면서 사이가 틀어지며 앙숙이 됐다.
한때 공화당 서열 3위였던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와 지지층에 의해 공화당에서 축출당했다.
체니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체니 전 부통령 역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해리스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체니 전 의원과 함께 최근까지 유세를 벌이며 트럼프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정통 보수파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력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처럼 과격한 막말을 퍼부은 것도 체니 부녀의 해리스 지지가 자신의 지지층에 가져올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해리스 부통령 선거 캠프의 이안 샘스 선임 고문은 이와 관련, "트럼프가 위험하고 폭력적인 수사를 계속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니 전 의원도 X에 "이것은 독재자들이 자유 국가들을 망치는 방식"이라면서 "그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위협한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에게 미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 유세에서도 "여성이 좋아하든, 말든" 이란 표현을 써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주변 참모들이 자신에게 '여성을 보호해주겠다는 말은 부적절하니 하지 말라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말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그 말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초박빙 경합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거 막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