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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금투세 폐지 이어 상법 개정 드라이브...재계 "소송 남발에 장기 투자 못한다"

기사등록 : 2024-11-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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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확대시 소송 남발로 기업가치 하락 우려"
국내 기업 절반 이상 "상법 개정시 M&A 재검토 또는 철회"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찬반 논란이 많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격 폐지키로 결정하는 대신 상법 개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나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상법 개정 및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현행 상법의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포함시켜 주주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내 기업의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데 따른 것인데, 지난 2022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상장이 대표적이다. 분할 상장으로 모회사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등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사의 행위가 회사에는 영향이 없지만, 일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그러나 야당안대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개별 주주들이 해당 조항을 빌미로 회사의 주요 인수합병(M&A) 결정이나 중장기적 경영 판단을 제약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할 소지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배임죄 등 각종 소송이 남발하는 법적 리스크가 증폭될 것이란 우려다.

◆ "이사 충실의무 확대시 소송 남발로 기업가치 하락 우려"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영미법계의 이사 신인의무(fiduciary duty) 법리를 한국 상법에 무리하게 도입하면 기업이 소송에 시달려 기업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회사 매각, M&A 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신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신인의무란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충실의무 등을 의미한다. 이에 회사가 M&A 계획을 발표하면 이사가 신인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주대표소송이 빈번하다고 한다.

한경협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미국 상장회사 M&A 거래(1억 달러 이상) 1928건을 분석한 결과 매년 거래 건의 3분의 2 이상이 주주대표소송을 당했다. 기업들은 인수합병 거래 1건당 평균 3~5건의 소송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주가 공시 정보 부족, 중요 사항 누락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와 원고는 '단순 추가공시'나 '합병 대가 상향 조정' 정도로 화해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회사는 M&A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원고 측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하며 일종의 M&A 거래세를 낸다고 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근거해 이사의 책임 범위를 설정한 우리 상법에 미국식 이사 신인의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체계에 전혀 맞지 않다"면서 "주주에게 별다른 이익도 없고 기업들은 소송에 시달려 기업 가치 하락의 우려가 큰 만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는 상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 국내 기업 절반 이상 "상법 개정시 M&A 재검토 또는 철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국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1.3%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히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인수합병(M&A) 계획과 관련해 응답 기업의 52.9%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재검토(44.4%)하거나 철회·취소(8.5%)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 기업의 61.3%는 상법 개정 후 주주대표 소송이 잇따르고 배임죄 처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 안목의 신규 투자를 저해해 경영이 보수화되며 밸류업 추진 동력을 되레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나 쪼개기 상장 등 지배주주 이익 추구에 대한 규제는 이미 충분히 마련돼있다"며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 그동안 배임죄가 됐는데 그것은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해주면 되고 상법은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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