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교도관이 수용자의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에 지문을 찍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고서에 기재된 규율 위반 행위는 향후 형사책임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어 수용자가 이를 불이익한 진술로서 부인하며 교도관의 무인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3월 부산구치소에 구속된 후 진주교도소를 거쳐 2021년 9월부터 대구교도소에 수용 중인 자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규율 위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금치 20일의 징벌처분을 받았다.
이불 정리 문제로 다른 수용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A씨가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행위와 이에 대해 교도관이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를 발부하고 무인(지문)을 하도록 지시하자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고함을 지르고 거부한 행위 등이 징벌처분 사유였다.
이에 대해 A씨는 "같은 거실의 수용자와 이불 정리 문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욕을 하거나 큰 소리를 낸 적이 없고 오히려 다른 수용자가 욕을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교도관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를 발부하며 무인을 요구했고 이를 인정할 수 없어 거부했던 것"이라며 "이 사건 처분사유는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불 정리 문제로 다른 수용자와 말다툼을 하다 욕설을 하며 소란행위를 한 사실은 처분 사유로 인정되지만, 교도관이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에 무인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적발 보고서는 욕설, 소란행위 등 법령 위반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향후 징벌의 대상이 되거나 형사책임과도 관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수용자가 규율 위반 행위를 부인하는 경우 적발 보고서에 무인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무인을 강요하는 것은 자기부죄(自己負罪) 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자기부죄(自己負罪)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범죄에 대한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진술이나 증거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규율 위반 행위를 부인하는 원고가 이에 저항하여 고함을 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동기, 행위의 정도 및 결과 등에 비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불 정리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욕설을 한 행위의 경우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사안으로 금치 20일의 징벌처분을 하는 것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한 징벌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헌법상 진술거부권에서 진술의 의미, 적발 보고서에 대한 무인 요구 행위의 진술거부권 침해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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