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부하직원을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팀장을 징계 절차 없이 사직 처리한 대한항공이 최종 패소했다.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 지원 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4일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과거 대한항공 팀장이었던 B씨는 2017년 7월 26일 A씨를 집으로 불러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후 A씨는 2019년 12월께 대한항공에 해당 사건 등에 대한 조사와 B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대한항공은 두 사람에 대한 면담과 조사를 진행하면서 B씨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그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했다.
이에 A씨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B씨의 강간미수 불법행위가 사무 집행과 관련해 이뤄졌다는 이유로 6500만원, B씨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담당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위법을 이유로 3500만원 등 총 1억원의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강간미수 행위는 외형적·객관적으로 사무집행에 관해 발생한 사고임을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신적 손해액을 5000만원으로 봤으나, 이미 A씨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지급받은 3500만원을 공제해 최종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단,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B씨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은 강간미수 행위에 대해선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대한항공이 B씨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부분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은 문제 해결을 위해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고,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A씨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그에게 단순히 B씨의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 전달함으로써 의견청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A씨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면담 및 인사상 배려 등 필요한 피해회복 지원조치를 충분히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대한항공이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무징계 사직 처리 및 피해자에 대한 의견청취의무 이행, 불법행위의 주관적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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